정치를 흔히 예술이라고 말들 하는데 선거를 목전에 둔 한국정치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 말에 동감할 수 있을지 도무지 자신이 안 선다. 정치가 적어도 가능성을 다루는 예술이기 위해서는 미래를 얘기해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조건일 것이다. 가능성은 그 본질상 미래에 속하는 개념이며 과거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서장인 선거에서 후보들이 꿈을 말하고 포부를 논하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는 것은 이 같은 연유에서다.
그런데 2002년 내내 한국의 정치가들은 국민들 앞에서 무엇을 얘기했나? 한국 정치인들은 과거만 볼 줄 알고 미래는 안보는 눈먼 봉사들인가? 5년 전 실컷 울궈먹은 한 후보의 병역비리 관련 문제를 또 다시 재탕하며 한 여름을 허송했다. 국민의 장래를 결정할 정치와 경제문제에 관련한 중요 사안이 산적해 있는 판에 마치 이슈 기근이라도 당한 듯 더러운 헌 걸레조각으로 새 마루를 닦겠다는 한국 정치인들은 IQ 60밖에 안 되는 집단이다.
과거란 특히 정치세계에서는 미래에 대한 교훈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는 죽은 시간이다. 국민들은 살아있는 사람에 관한, 그리고 살아서 닥쳐오는 시간인 미래에 대한 다이내믹한 청사진을 보기를 목마르게 기다린다. 그리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정상배들의 유치한 술수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 준비된 수권 정당임을 강조하고 당명에‘새 천년’까지 붙인 여당은 새 후보를 국민 경선으로 뽑은 날부터 지금까지 내리막길이다. 국민은 지극히 실망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자찬하던 국민 참여 경선은 그 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장본인의 입에서‘사기였다’는 어처구니없는 고백이 터져 나왔다. 그 뒤 그는 한국정치인들간에 가장 유명한 사족을 잊지 않고 달았다.‘나를 건드리면 모든 것을 까발리겠다’는 그의 작태는 깡패집단 두목의 사고방식과 언어구사력 면에서 너무나 흡사하다. 국민들은 그가 기왕 까발린 김에 한가지 더 명백히 가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국민 참여 경선이 사기극’이었다면 사기의 주체와 대상이 있었을 것이다. 사기를 친 쪽은 누구인지 어림짐작이 가는데 사기를 당한 쪽이 누군 지에 대해서는 헛갈린다.‘경선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말씀하십니까?’수준이하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이 치른 국민 경선은 최근 사담 후세인을 100% 찬성, 대통령으로 재선출한 이라크의 선거만큼 진지한 선거였던 모양이다.
단일후보 옹립 운운하며 자행되는 민주당 배후의 자해행위들은 유권자들을 크게 실망시켜 당장 12월 선거 결과를 좌우하겠지만 그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정치를 몇 단계 밑으로 떨어뜨리며 퇴보의 길을 걷게 만든 점일 것이다. 자기들 손으로 뽑은 후보라면 끝까지 그의 허물을 가려주고 격려해주고 후원해줘 그가 상대편 후보와 정정당당히 싸워 승리를 거두도록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엔 그런 좋은 선례가 필요하고 올바른 전통이 아쉽다. 집안이 그렇듯 정당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바깥 양반은 집사람 흉보고 다니고 안사람은 바깥 양반 욕하고 다니는 꼴사나운 집안 치고 잘되는 예가 없듯이 서로 헐뜯고 박치기하는 정당이 어떻게 상대 정당후보를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투표는 국민의 권한이기 때문에 선거를 국민의 심판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국민을 얼마나 얕보았길 래 지금 같은 추태 속에 선거를 치르는 것인가? 선거는 전쟁인데 적군과는 싸움 한 판 못해보고 자기네들끼리 총·칼질 하다가 옥새를 갖다 바치는 꼴밖에 더 되는가?
나라가 잘되려면 국민다수가 진심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와 그 지도자를 사랑스럽게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 그리고 기본 룰이 지배하는 사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많은 사람들이 상식 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사회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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