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에 쫓겨가며 한창 기사작성에 분주하던 오늘 아침. 점잖은 목소리의 중년 남성이 전화를 해왔다.
자신을 L모씨라고 밝힌 그분은 자신이 2주 전 ‘기자의 시각’에서 지적된 "세미나 도중 2번이나 셀률러폰을 받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분은 "셀률러폰을 소지한 것을 깜빡 잊었고 볼륨을 진동으로 바꾸는 방법을 몰라 본의 아니게 실수했다"면서 사과했다.
이 전화를 받고 당황한 사람은 오히려 기자였다. 물론 시간과 장소를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지적한 칼럼이었지만 "혹시 그 칼럼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분은 오히려 기자를 격려해주며 자신처럼 실수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세미나에서 핸드폰을 끄도록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하루를 기분좋게 만들어준 전화 한 통이었다.
■이처럼 격려의 전화를 받는 케이스는 무척 드문 일이고, 기자를 찾는 것은 ‘항의성’ 전화가 대부분이다.
특히 평소에 안면이 있던 사람들, 한인사회의 크고 작은 단체에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보도됐을 때 항의전화는 물론 신문사로 찾아오기까지 한다.
이들은 평상시 신문에 얼굴이 나오거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문 본연의 사명에 맞추어 한인들이 알아야 할 일을 보도했을 때라도 자신의 이익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하면 항의해온다.
심지어 법원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물론 신문사가 이들의 항의에 굴복하는 일은 절대로 없지만, 기사를 쓴 사람은 물론 편집국 전체가 불쾌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을 신문사 용어로 바꾸면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보도됐을 때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라고 바꾸고 싶다.
수년 전 신문에 자주 등장하던 분이 있었다. 공적 활동이 많은 만큼 취재원으로서도 가까웠고, 그분의 동정이 신문에 자주 올랐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이 그분에게 일어났고, 당연히 이를 가감없이 보도했다.
그 후 그분으로부터 연락이 끊겼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처럼 관계가 서먹해지고 말았다.
반대로, 본인 자신에게는 무척 서운한 내용이 실렸어도 감정이 섞이지 않은 항의 후 다시 관계가 지속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분들은 사적인 인간관계와 공적인 신문보도를 구별한 분들이다.
신문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은 언론이 ‘양날의 칼’이 되어 자신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에게 서운한 기사일지라도 공익 전체를 위해 필요한 기사일 때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가슴’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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