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타운의 템플 스트릿에는 최근에 완성된 새 대성당(Cathedral of our Lady of Angeles)이 있다. 우연히 들러 낮 미사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개신교 장로교인인 나에게는 새롭고 신비한 예배 분위기나 대성당의 장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듣기로 오랜 준비를 거쳐서 짓게 된 새 대성당의 디자인 공모에 내로라 하는 많은 건축가들이 응모를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현재의 설계자, 라파엘 모네오가 뽑힌 이유는 대성당의 컨셉트를 캘리포니아 미션의 연속으로 잡은 덕이라 한다.
이번에 완성된 대성당은 정문 위에 종탑이 있어서 시간만 되면 자동으로 종소리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샘물을 닮은 분수는 예전의 미션들처럼 지나는 이들의 목을 축여 주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떨어지는 잔잔한 물소리로 등뒤의 차 소리들을 덮어 잠시나마 그곳이 다운타운 한복판이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넓은 마당에는 맨땅이 많이 있어서 소박했던 미션의 분위기를 이어받은 듯 했지만 새 대성당의 위용은 새 천년을 위하여 준비한 이 도시 400만 천주교인들의 구심점다웠다.
천사가 서있는 아래로 몇 길이나 되는 높고 육중한 청동조각 문을 지나 옅은 황토색의 대리석이 덮인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니 돌 기운이 자아내는 차갑고 깨끗한 실내의 공기가 유럽의 대성당들과 같은 내음이다. 높은 천장에서 자연 채광의 은은한 빛과 함께 길게 내려온 실내등은 나팔모양을 하고 있어서 하늘에서 수십개의 나팔이 성당 안으로 내려온 듯 하다.
모든 기물들과 건축 자재가 한 눈에도 귀한 것들로 보여서 건축의 준비와 그 규모가 상상이 안되었다. 실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앞뒤와 양옆의 벽을 덮은 거대한 테이퍼스트리다.
성화를 양탄자 같이 짜서 벽에 건 이 테이퍼스트리는 예전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짰다면 짜는데 만도 이십년이 걸릴 크기라고 한다. 새로 짠 테이퍼스트리인데도 색상을 무채색에 가깝게 했고 또 군데군데 일부러 그림이 떨어져 나간 듯이 짜서 오래된 프레스코 벽화를 보는 듯 하다.
성당 뒤쪽은 예수의 세례식이 걸려 있고 양옆은 역사 속의 성인들이 현대의 어린이들과 예배를 위하여 정면을 응시하는 듯 모두 옆얼굴을 보이고 서있다. 그 곳에는 우리나라의 김대건 신부도 계시고 테레사 수녀와 잔다르크의 모습도 보였다. 또 캘리포니아 미션의 반 이상을 개척하셨던 후나뻬로 세라 신부의 모습도 함께 있어서 감동스럽다.
낮 11시 미사였는데 그 곳에는 수도사복을 입은 세명의 신부들의 인도아래 평상복을 입은 신자들, 교복을 입은 견학 온 학생들, 구경온 관광객들 그리고 나 같은 참관자들이 모여 근 천여명이 참석을 하였다. 수많은 다른 인종들의 참석자들 중간에 몇몇 한인 신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얼마전 LA타임스는 최근 천주교 내의 심각한 재정 불균형의 원인이 잘못된 투자와 대성당 건축의 과다 지출에 있다는 격렬한 논쟁을 실었었다.
모든 일에 취지와 과정, 그리고 결과가 있다면 완성된 대성당은 이미 결과라고 생각된다. 기왕에 완성된 대성당이라면 그 곳이 참으로 예배하는 곳이 되어서 이 복잡한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매일의 정오마다 우리 속의 경건한 신성 회복의 파장을 퍼뜨리는 성전다운 성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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