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홍보전 활짝…노인들은 구경꾼 전락
"요새는 어디가서 유세 한 번 들어볼 기회도 없고 영 선거분위기가 안 나." 9일 오후 거리 유세를 보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공원으로 나온 정영득(72) 할아버지는 후보자 연설도 없이 유세차가 20여분간 로고송만 틀어주다 사라지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정 할아버지는 “운동원에게 홍보책자 좀 달라고 해도 인터넷에 들어가 보란다”며 “이번 선거에서 노인네들은 완전히 구경꾼 신세”라며 혀를 찼다.
● 조용한 거리, 뜨거운 사이버
대학생 김모(20)씨는 며칠전 아버지와의 ‘선거논쟁’을 통해 아버지의 지지후보를 바꾸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부자논쟁은 오프라인에 대한 온라인의 승리”라고 자평한 김씨는 “인터넷사이트나 이메일마다 온통 선거 얘기뿐이어서 이 정보만으로도 아버지를 설득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대선은 각 후보진영이 세몰이식 거리유세를 지양하고 TV나 인터넷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집중하는 바람에 심각한 세대간 정보불균등 현상을 낳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대선사이트에는 후보들의 인사말 동영상과 정치만화, 캐릭터 등 ‘네티즌용 홍보물’이 수백종 올라와 있다.
대한노인회의 한 관계자는 “돈안드는 선거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우리 같은 노인들을 위해 별도로 선거홍보책자라도 좀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부선 벨트, 젊은 벨트
각 정당이 이번 대선의 최고 전략지로 꼽히는 영남과 충청지역 등 소위 ‘경부선 벨트’에 당력을 집중하는 바람에 지역간 편차도 심하다.
부산과 대구, 대전 등에는 주요 당직자들이 상주하면서 매일 수십회의 거리 유세를 열고 지역 공약을 내거는 데 비해 여타지역은 선거 운동원들이 거의 활동하지 않기 때문.
서울에서도 지역적 편차가 크다. 이 역시 각 당이 동대문상가-대학로-종로-명동-신촌 등 소위 ‘젊은이 벨트’에 선거운동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강남 지역에는 유세가 거의 없어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할 꺼리마저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 공명선거캠페인도 인터넷이 주도
지난 선거때만해도 중앙선관위와 각종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공명선거캠페인등의 주도권도 인터넷으로 넘어갔다.
공선협이나 참여연대 등의 서명운동이 시들해진 반면 각종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선거캠페인 등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100만 유권자 약속운동’, 코리아닷컴의 ‘나도 한표, 이렇게 생각한다’, MSN의 메신저를 통한 투표참여 운동 등이 대표적인 경우. 이들 사이트들은 하루 접속 건수가 평균 50만여회를 넘고 있다.
고려대 이내영(45ㆍ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번 대선은 텔레크라시를 넘어서 넷크라시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한 뒤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의 저비용 고효율도 중요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인층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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