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제 아기의 출생에 대한 클레임이 나와서 한참 시끄러웠다. 다수의 의견은 이 발표가 hoax(가짜)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또 인간복제의 윤리성에 대한 논란을 재현시켰다.
이런 때에 주간 시사 잡지
1월 13일 호는 <값비싼 난자(The high cost of egg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서 내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대학 신문들에 요즘 희한한 광고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당신이 여자이고 아름다운 외모와 재능, 그리고 좋은 SAT 점수를 가지고 있다면 수만 불을 받고 당신의 난자를 팔 수 있다는, 소위 ‘난자 브로커’가 낸 광고이다.
미국에서는 인간의 장기와 신체 부분을 사고 파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난자의 경우에는 법이 미비한 틈을 뚫고 브로커들이 여러 가지 수단으로 획득한 난자를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여자들에게 팔고 있다. (구매자는 대개 익명으로 거래를 한다.) 많은 여자들이 자기 실현을 먼저 추구한 나머지 가임 기간을 넘겨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자 제공자에 대한 수요는 연간 2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여학생은 학교 신문 에 나온 광고에 응하여, 홀몬 요법을 하는 도중 뇌일혈을 일으켰다. 그녀는 학자금 융자(loan)를 해야하는 사정에 있었기에 ‘right eggs(적합한 난자)’를 제공하면 5만 불을 준다는 광고에 선뜻 응답을 했던 것이다.
광고를 낸 브로커는 물론이고, 위험부담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의학분야 종사자의 기본적인 의무인데도 그녀는 의료진에게서도 뇌일혈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별 수고 없이 ‘횡재’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서 난자를 팔기로 한 여대생들은 그러나 실제로는 끔찍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
한 달이나 되는 기간 동안, 이 여대생 기증자는 난자 채취 과정에 그녀의 몸을 완전히 내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난소가 30-40 여 개나 되는 성숙한 난자를 생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매일 강력한 홀몬 제를 주사하는 일이다. (한 달에 여자의 몸에서는 보통 한 개의 난자밖에 나오지 않는다.) 1% 정도 되는 여자들은 이 홀몬 요법의 난소에 대한 과대한 자극 때문에 난소가 그레이프 프루트 크기까지 커지고 복강에 물이 차는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입원을 요하는 비상 사태이다.
이런 경우 드물기는 하지만 난소가 파열되거나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스탠포드 대 여학생처럼 심장 마비나 뇌일혈/뇌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좀 늦었지만 미 임산 의학회는 사전 경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동시에 난자 제공자에게 주는 보상액을 5천불 이하로 할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보상액에 상한선을 정한 이유는 거액의 보상금 제공이 위험부담을 가볍게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가이드라인이 의료 전문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불과해서 강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또 의료 전문인이 아닌 브로커와 익명의 구매자들은 전혀 이 가이드라인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것을 읽고 나는 빠른 시일 내에 의회가 적절한 입법을 하고 연방정부 역시 개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기사는 또 난소 속에서가 아니라 시험관 속에서 난자를 성숙시키는 법을 의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으며, 여자들이 가임 기간 동안에 자신의 난자를 냉동해놓았다가 나중에 쓸 수 있도록 안전한 ‘난자 냉동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나는 난자 냉동이 이미 가능한 줄로 알았는데, 아직은 아마 정자만이 냉동될 수 있는 모양이다.
바로 인기 가수 셀린 디온의 남편이 암에 걸려서 항암 치료를 하기 전에 정자를 냉동시켰다가 나중에 셀린이 그 것으로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이런 난자에 대한 기술들이 개발되면 난자 브로커들이 절박한 사정에 있는 여대생들을 현혹시키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난소 속에서 성숙된 ‘진짜배기’ 난자를 원하는 고객들이 그래도 있지 않을까?
난자 기증자의 위험부담도 큰 문제이지만, 나는 여기서 유전 질환이나 장애가 없는 도너를 찾는 차원을 넘어서, 미인이나 머리가 좋은(SAT 성적이 좋고 스탠포드 대학에 다니는 등) 사람이 기증하는 것을 선호하는 난자 구매자의 생각에 주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브로커들이 명문대 신문에 광고를 낸 것이니까 말이다.
명문대 학생의 난자는 2류 대 학생의 난자보다 비싸다? 인간을 놓고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저울이 있을 수 없는데, 마치 인간을 상품화하여 가격표를 붙이는 것 같아 퍽이나 떨떠름한 기분이다. 내가 불임을 경험하지 못해서 그 심정을 모른다는 말을 들을지 모르지만, 이런 인공적인 수단으로 아이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이미 태어나서 있는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 아닐까?
입양은 이 세상의 문제 하나를 내가 해결해준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최소한 인간에 관한 한, 자연적인 과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인위적인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휴매니티를 위한 정말 시급한 과제라고 나는 믿는다.
/애팔래치안대 정보기술 시스템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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