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시나리오만 100번 검토
눈에서 힘을 뺐다. 대신 말문을 열었다. 태반이 욕이다. 경직됐던 몸도 많이 풀었다. 배우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보다. 그 동안 신현준의 영화 속 캐릭터는 독특했다.
<은행나무 침대>에선 1000년 동안 한 여자를, <퇴마록>에선 검에 봉인된 귀신을, <비천무>에선 원수의 딸을 각각 사랑했다. 한결같이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그리고 눈빛 연기가 관건인 역 이었다.
그런 그가 달라졌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해양 액션 영화 <블루>(강제규 필름ㆍ지오 엔터테인먼트, 이정국 감독)에서 신현준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롱 떠는 군바리’, 그 자체였다.
# 실제 성격과 가장 닮은 영화
신현준의 실제 성격은 그 동안의 영화 속 모습과는 딴판이다. 소박하고 털털하다. 두주불사 형이어서 함께 어울리는 선후배 연기자들이 꽤 많다.
당초 <블루>에서 신현준의 캐릭터는 강하고 멋진 역이었다. “‘또 이런가’ 싶어 시나리오 작가와 상의해 캐릭터를 바꿨다. 이정국 감독도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며 힘을 실어줬다.
” 그는 “김준 중위를 특징짓는 머리의 ‘땜빵’ 자국과 말만 했다 하면 터지는 ‘욕의 향연’은 내가 직접 고안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일화 한 토막. 영화 속에서 워낙 욕을 많이 하다 보니 요즘에도 욕을 달고 산다. “어느 날 한 제작자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한 여학생이 내가 욕하는 걸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팬으로서 실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당황했지만 한편으론 흐뭇했다.”
# 100번을 본 영화
신현준은 4년 전 <블루> 시나리오를 받았다. 준비 및 제작 기간이 꽤 길었던 셈이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촬영 기간 중엔 실제 군인들과 식판을 들고 줄지어 선 끝에 ‘짬밥’을 먹는 등 SSU(해군 해난구조대) 부대원들과 생활을 함께 했다.
그럼에도 요즘 그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 블록버스터가 모조리 실패한 지난 해의 악몽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블록버스터라도 스토리가 탄탄해야 흥행이 보장된다고 본다. 그래서 <블루>를 (편집본까지 포함해) 무려 100번 정도나 보며 꼼꼼히 살펴봤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조짐이 좋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내 연기 변신보다는 스토리까지 갖춘 해양 액션 영화라는 데 더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깨우침을 준 영화
바다가 배경인 영화를 촬영하며 또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잠수 신을 찍으면서 바다 속 풍경에 너무 놀랐다. ‘여기에 또 다른 우주가 있는데 수면 위 인간들은 아둥바둥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 덕분에 스킨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도 땄다. “원래 수영은 좀 했지만 잠수는 못했다. 그러다 사이판 바다 속을 훔쳐본 뒤 거의 중독 수준이 됐다. 요즘은 인터넷을 뒤지며 좋은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또 다른 낙이다.”
고생하며 찍은 영화 때문인지 동료 배우들과의 정도 더욱 진해졌다. “시사회 라스트신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신은경도 공형진도 울고 있더라. ‘불이 켜지기 전에 수습을 하자’며 (공)형진이를 꽉 안았다. 참 좋은 친구들이었다.”
배우가 스스로 만족하는 영화는 대체로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블루>가 기다려진다.
최규일 기자 y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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