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왕성한 청년이 암벽을 기어올라 정상에 올라서 바위에 이름 석자 새기고는 그 산을 정복했노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흥분하고 있을 때 산은 청년을 어여삐 여기며 조용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익은 벼는 머리를 숙이고 빈수레는 요란하다. 자신 있고 실력 있는 사람들은 남과의 비교나 경쟁에 관심이 없다.

우리네 신문들은 그런 점에서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등장을 했으면 한동안 시간을 주었다가 향상되는 실력을 지켜보며 지도와 편달을 병행하는 게 정도다.
그런데 등장하기가 무섭게 같은 메이저리그에 들어온 일본 출신 선수들과 견주기를 서슴치 않는다. 스포츠난을 보면 가관이다.
툭하면 한일 대결이란다.

메이저리그 각팀에는 시즌 중 후보선수까지 25명의 선수와 여러명의 코치들이 감독의 지휘아래 다른 팀과 시합을 한다.
한국과 일본 출신선수들이 끼어있다고 그게 어디 한일 대결인가?
선거 철이 다가오면 미국의 주요신문들은 후보자들중 지지하는 후보를 명확히 밝힌다.

유세기간중 흙탕물 속에서 뒹구는 후보들의 꼴은 한국이나 여기나 다를 게 없지만 ....
신문에서 상대후보를 진흙탕으로 몰아넣는 짓은 안 한다.
그리고 여론을 호도 하려는 치사한 짓은 꿈도 안 꾼다.
그런데 한국의 신문들은 국민의 공기라는 사실을 가끔은 잊는지 도를 지나치다가 당선되는 날에는 곤혹을 치르게된다.
물론 정치하는 인물들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도 크게 일조를 하지만 말이다.

일제에서 해방된 지 거의 60년이 되어가지만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는 언제나 가실는지?
한국은 그동안 상당히 앞서가던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
일정부문은 이미 추월도 했다.
이제는 일본과의 경쟁을 떠나 세계와의 경쟁을 해야하는 처지에 언론은 아직도 사사건건 일본과 비교하며 경쟁을 부추긴다.
경쟁이란 항상 처지는 쪽에서 위쪽을 향해 치는 몸부림이다.
비교는 제쳐놓고 스스로 연마하고 실력을 기르면 남들이 저절로 알아줄 때가 온다.

배운 것도 없고 교양도 없는 사람이 흥부네 박켜듯이 벼락부자가 되어 고급 동네로 이사간다고 환영받을 수 가 없다.
조국의 이혼율이 세계3위란다.
공자님 품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러는 걸까?
이혼율 3위의 수훈 갑은 아무래도 언론일거라는 확실치 않은 가정을 해본다.

남녀 칠세 부동석이 아직도 기승을 떨던 시절, 모일간지에 연재된 소설 자유부인은 당시로서는 혁명에 가까웠다.
차츰 성에 눈떠가던 대중을 아예 바꾸어 놓는 것도 언론매채였다. 서양의 앞서가는 성풍속들, 그리고 그들의 불륜을 계속전달해댔다.
급기야는 불륜을 오히려 부추기는 방향으로 너도나도 뛰어가기 시작했으니 몽매한 대중이 이혼율 3등국가로 조국을 둔갑시키는 건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언론은 대중에게 알릴 것도 많고 계몽도 해야된다.
그러자면 자질도 갖추어야 한다. 윤리위원회라는 기관을 두어 관리를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변화하는 척도가 시간보다 앞서가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명품에 눈먼 고국의 동포들을 보시라. 언론의 부추김에 놀아나는 불쌍한 대중을 보시라.

명품을 몸에 걸치고 희열에 차서 활보하는 이들이 바로 바위에 이름 새기는 그런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