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학자 칼럼
▶ 이성욱교수( UC버클리 방문학자. 수원대)
자유시장경제에서의 정부의 역할이란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시장내에서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경제환경을 제공하되, 시장경제에의 직접적인 간섭은 가급적 최소화 해야 한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듯이 모든 경제행위도 자신의 이익을 좇아 흐르는 것이 순리이므로 정부는 경제의 흐름을 바꾸는 정책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그러나 상습적인 가뭄지역과 범람지역을 위하여 물의 흐름을 바꾸듯이 정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균형잡힌 경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는 수행해야 한다.
모든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국가들은 효율성과 공평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고 있다. 따라서 자유시장경제에서의 정부는 시장경제가 효율성과 공평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유지되도록 여러 가지 제도를 제정하고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한 정책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 정책들이 국세청의 조세정책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새해 초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상속세에 완전포괄주의 도입, 계열사간 상호출자 금지, 집단소송제 도입, 금융기관의 계열분리 청구권 도입 등의 굵직한 정책들을 발표함으로써 정부와 재계간의 긴장이 대립되어 있다. 1980년대까지 수출위주의 경제성장을 추구하였던 시대에 한국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재벌들에 속한 대기업들의 경쟁력에 기인하였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에, 재벌들이 지배주주의 가족중심 경영, 은행차입 및 계열사간 상호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등 매우 부정적인 측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재벌들의 이러한 부정적인 행위들은 잘 갖추어지지 않은 경제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 나타난 측면이 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않된다.
미국에서도 1890년대 U.S.Steel, Americal Standard Oil, Sears 등의 대기업들이 태동되었고, 1929년 대공황의 경제위기를 맞이할 때까지 가족중심의 경영, 독과점 및 부당한 합병 등 한국의 재벌과 유사한 행태로 인하여 많은 비난을 받아 왔었다. 그러나, 미국내의 시장이 세계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 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가족중심의 경영은 자연스럽게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으로 전환되었다. 주식시장이 발달하면서 생산설비의 확대를 위한 투자자금을 차입보다는 증자를 통해 조달하게 되면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은 적어지고 외부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짐으로써 경영의 투명성도 서서히 제고되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에 한국의 재벌들은 변화된 경제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은행차입을 줄이고 투명경영을 위해 노력해왔다. 아직은 재벌들의 경제활동이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기업상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그렇다고 충격적인 방법을 통해 재벌들의 기업운영을 단기적으로 개선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흐름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재벌에 속한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경제적 틀을 먼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경쟁을 제한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 및 준조세가 사라지고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해져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경쟁이 보장되면 기업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제고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정치환경이 먼저 개선되어야만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도 크게 줄어들 것이며, 주식시장이 건전하게 발전되면 대기업들의 차입의존도는 낮아지고 기업경영도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신정부는 재벌들을 이상적인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서두를 것이 아니라 상속세에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여 새로운 금융기법을 통한 부의 사전상속을 차단하고, 증권집단소송법을 도입하여 부당한 내부자거래를 차단함으로써 건전한 주식시장의 발전을 유도하며, 연결재무제표를 정착시키고 계열사간의 부당한 내부거래 조사를 확대하여 재벌들의 투명경영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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