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경쟁자 중 추첨에 뽑혀 2003년형 BMV, 멕시코 여행티켓, 플레이 스테이션2 또는 X박스 등등 5가지 공짜선물 중에 최소 1개를 가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으니 놓치지 마십시오”
며칠 전 퇴근 후 영문 모르는 전화를 받은 한 한인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상대가 아무 걱정 말고 운전면허증과 크레딧 카드를 지참하고 사무실로 와서 선물을 받아가라고 해 일단 그 주 토요일 오후 4시로 약속을 하고 사무실 주소를 받은 뒤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아들이 샤핑몰에 갔을 때 경품용으로 전시된 자동차를 보고는 주소, 전화번호, 이름을 적어 넣었던 것이다. 이 한인은 “아들이 괜한 일을 해서 성가시게 됐다고 여겼으나 마침 새차를 한 대 구입하려던 참이라 공짜로 차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혹 했던 게 사실”이라며 머쓱해 했다.
그래도 미심쩍어 직장동료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한 이 한인은 “선물을 미끼로 리조트 같은 부동산을 팔려는 상술이고 현장에 가면 몇 시간을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고생한다”는 충고에 다행히 아까운 주말을 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 ‘선물증정서’의 깨알같은 글에 따르면 자동차를 탈 수 있는 확률은 수십만분의 1이고, 탈만한 것은 별 쓸모가 없는 것이었단다.
또 다른 한인은 “얼마 전에 남미 여행티켓이 당신에 배정돼 있으며 축하한다고 해 솔깃했으나 여행 부대비용을 따져보니 그게 그것이라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선심공세에 약하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처럼 공짜 심리 등을 광고 마켓팅에 활용하려는 책도 나와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서 떼지어 다니며 농작물을 망쳐놓는 멧돼지들을 잡으려고 몽둥이 든 보초들을 세우기도 하고 덫을 놓고 독약을 풀고 사냥개를 동원해도 효과가 없었는데 한 노인의 기지로 멧돼지 떼를 생포했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먹을 것을 조금씩 일정기간 주면서 멧돼지를 안심시킨 뒤 생포한 것이다. 힘 안들이고 공짜로 먹이를 얻는 데 맛들인 멧돼지들이 ‘나사가 풀려’ 변을 당한 것이다.
공짜선물을 준다며 ID나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달라는 편지나 전화를 받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요구하는 대로 개인정보를 알려주었다가 ID도용 사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게 우정국의 경고이다. 공짜선물 유혹을 받을 때마다, 공짜 좋아하다 덜미 잡힌 멧돼지를 떠올리는 것도 ‘화’를 면하는 방법이 아닐까.
<박봉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