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아침 시카고의 노스사이드에는 엄청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4블럭을 운전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교통대란의 원인은 구직행렬이었다. 포드 공장 취업신청서를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접수한다는 소문이 발단이었다. 수천명이 일자리를 얻을까 하고 혹한의 날씨에 모여들었다. 마치 대공황 때의 광경 같았다.
소문은 틀린 것이었다. 구직 신청서 접수는 없었다. 포드에서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장차 있을 지도 모를 저임금 일자리에 자격이 있는 후보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그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있을 예정이었을 뿐이었다. 이것이 2003년 미국의 취업 현황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 1면에는 ‘신규 채용 거의 20년래 최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지난 2년간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직은 전쟁, 테러와 함께 높은 국가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의 실직 사태는 공식적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 7일 실업률이 1월중 5.7%로 내려갔다고 보고했지만 그것을 사태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공식적 실직 숫자는 믿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사람들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류의 인구가 지난 여름이후 100만명 이상 늘었다. 또 한가지 정말 심각한 문제는 배운 것 없고 일자리도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16-24세의 젊은이들이다. 학교도 안다니고 직장도 안 다니는 이들 젊은이들이 현재 550만명에 달하고 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정말 문제는 실직기간이 계속 길어지는 것이다. 공식적 실직 인구중 거의 200만명은 일자리를 잃은지 6개월 이상이 되었다. 이같은 장기 실직 인구가 2년전에 비해 3배로 늘었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봉급인상은 거의 없고, 있어도 너무 적다. 자격에 맞는 일자리가 없으니 대학 졸업자들은 고졸 학력자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고졸 인력은 그 아래 일자리로 밀려 내려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무시할 형편이 못된다.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와의 전쟁 계획으로 바쁘기는 해도 지난주 시카고에서 일어난 교통대란은 도움을 청하는 국민들의 아우성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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