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정지원 <취재부 차장대우>
결코 예사롭지 않은 시작이다.
평화롭고 온순한 양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로 2003년 계미년의 첫 두달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심난하고 충격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더니 불륜에도 국경은 없나보다.
1월에는 퀸즈 프레쉬메도우에 거주하던 30대 한인여성이 불륜을 저지른 대가를 생명으로 치르더니 2월에는 불륜을 의심한 조선족 남성이 칼을 휘두르고 도주했다.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서도 불륜을 의심한 남자가 야구 방망이로 아내를 구타했다.
그나마 구타당한 여성이 연예인인 탓에 한국의 언론은 이 사건을 크게 취급했다. 모 연예신문에 따르면 일반 여성 중 개줄로 묶어 놓기, 바늘로 손톱 밑 찌르기, 칼로 상처 내기 등 상상할 수 없는 학대를 당하는 사람도 많단다. 연예인이 맞으면 뉴스가 되고 비연예인이 맞으면 뉴스거리가 안 되는 걸 보면 왜 한국의 부모들이 피디(PD)님 도시락까지 싸들고 다니며 딸을 텔레비젼에 출연시키려 하는지 이해가 간다.
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아시안들에게 있어 새해의 첫날인 2월1일 새벽, 우주를 왕복한다는 ‘컬럼비아’호가 편도 운항에 그쳤다. 그래도 미국이 다민족이 어울려 사는 민주주의 나라라는 말은 사실인가보다. 온 나라가 애도해야 되는 비극이 발생한 날 아시안계 이민자들이 폭주를 터뜨리며 축제를 벌여도 가만있는걸 보니 말이다. 만약 한국에서 참사가 발생했는데 서울시 한복판에서 외국인들이 축제를 벌였다면....?
미 중앙정보국은 지난 11일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이번 주말 미국에서 테러공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100층이 넘는 건물을 하루에 두 개씩이나 폭발시킬 수 있는 알 카에다라고 하지만 설마 20인치에 달하는 폭설을 내리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올해 들어 발생한 참사들이 사탄의 행위라면 분명 사탄은 최근 시카고의 어느 한 나이트 클럽을 경유, 한국 대구를 방문했을 것이다. 온순하고 평화스러운 계미년 양이여...! 그대는 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가?
정지원 <취재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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