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7미터. 세상에서 가장 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방망이의 길이다. 들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산등성이의 풀밭에 조각된 것이지만 아무튼 방망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것으로는 ‘기록’일 게다.
돌기 있는 이 거대 방망이는 거인이 오른팔에 들고 있다. 만화에서 친숙했던 원시인의 돌기 방망이 그대로다. 이 거인은 왼손을 높이 펴 들고 오른 손에는 이 방망이를 쥐고 있다. 영국 남부의 도체스트로부터 북서쪽 12킬로미터 떨어진 세르나 아바스의 산언덕을 도랑처럼 파헤쳐 사람 모습을 만든 것이다.
기원 후 철기시대에 조형된 것으로 알려진 이 방망이 든 거인은 키 54.86미터, 어깨가 13.41미터로 ‘걸리버여행기’를 떠올린다. 이 거인은 하도 커서 가까운 곳에서는 육안으로 전체 모습을 파악할 수 없고 하늘에 오르거나 옆 산 정상에 자리잡고 둘러봐야 윤곽이 시야에 들어온다.
옛 사람들이 왜 힘들게 산등성이를 파 이러한 형상을 만들어 놓았는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마을의 안전을 기원할 목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 마을을 범하는 놈들은 한방에 쳐부수겠다”는 결연함이 이 거인의 몽둥이에 역력하기 때문이란다. 이 거인은 마을의 ‘파수꾼’이고 방망이는 ‘파수봉’이었던 셈이다.
‘봉’의 파수 역할은 그리스 신화에도 빠지지 않는다. 레르네란 지역과 그 일대를 휩쓸면서 사람과 가축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던, 머리가 9개 달린 물뱀 히드라를 헤라클레스가 제거할 때도 몽둥이가 수훈 갑이었다.
히드라의 머리를 한 개 없애면 곧 머리 2개가 다시 생겨나 천하의 헤라클레스도 난감해 했다. 궁리 끝에 히드라의 머리가 새로 나오지 않도록 몽둥이 끝에 불을 붙여 목이 연결된 몸통부분을 지져대 이 괴물을 죽였고, 나라는 평온을 되찾았다는 얘기다.
‘봉’의 위력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불경기에 겹쳐 한인타운에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인 민간방범대가 조직될 예정이다. 타운뿐 아니라 LA의 우범지대를 수시로 돌며 범죄예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사용할 주된 ‘방범무기’가 바로 몽둥이라고 한다.
유태인 커뮤니티도 몽둥이로 무장한 민간방범대 덕에 치안상태가 좋아졌듯이 한인 민간방범대도 나무 막대를 두드리며 소음을 내 범죄를 막겠다고 한다. 총을 소지한 우범자들을 1대 1로 상대하면 위험하겠지만 여럿이 한 조가 돼 ‘파수봉’을 두드리면서 순찰하면 우범자들도 움찔할 게 틀림없다.
곧 출범할 한인 민간방범대에 거는 기대만큼, 한인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필요하지 않을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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