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전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요리강습이 이곳 LA에서 열렸을 때 스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강습 짬짬이 선재스님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지금까지 인상 깊게 남아있다.
스님은 우선 음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음식은 소홀히 하는 것도 좋지 않고 탐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끼 때우면 되지”하는 태도나 “맛있는 것만 찾아 먹겠다”하는 태도는 둘다 나쁘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몹시 찔린 것이, 나의 음식에 대한 태도는 단연 후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내 주위의 거의 모든 사람들, 아니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니, 우리는 얼마나 탐욕스러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한끼 때우면 되지’ 파의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전에 우리 신문사에는 ‘5 빼’와 ‘5 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다 그만 두었고 누가 누구였는지 기억도 희미하지만 5 빼중 한사람인 남자선배는 점심시간만 되면 “먹기도 귀찮고 씹기도 귀찮아 죽겠다”며 누가 대신 먹어주는 것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푸념하고 다녔다.
선재스님에 따르면 음식을 먹는 바른 태도는 “자기 앞에 음식이 놓이기까지 수고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밥 한톨도 남기지 않고 발우공양하는 것”이다. 실제로 2년전 성지순례 취재차 인도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갔던 많은 불교신자들이 식사때마다 그릇에 작은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발우공양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스님은 또 “욕심을 버리고 소식하면 음식이 약이 되어 몸과 마음이 바뀐다”고 했다. 음식이 곧 약이기 때문에 음식을 잘 먹으면 건강하게 살고, 잘 못 먹으면 병이 온다는 것이다.
하긴 암이나 죽을병에 걸렸던 사람이 식습관을 완전히 바꾼 후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하니 우리 건강의 많은 부분은 음식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말이 쉽지 ‘소식’이 맘대로 되나, 하루 세끼가 아쉬워서 먹고 또 먹고, 체하지 않으면 또 먹는게 다반사인데... 그 뿐인가, 남은 음식은 둬봤자 냉장고에서 자리만 차지하다 버린다 하여 아낌없이 쓰레기통에 쏟아 붓는 일이 살림의 지혜요, 주방의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지 않나.
그런데 스님과의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음식에 관한 것이었다. 이민가정과 맞벌이부부의 고충(즉 나의 고충)을 설명하고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며 자라는 아이들의 음식문화에 관해 한 말씀 여쭈었다. 다음은 스님이 강한 어조로 남긴 답변이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밥을 몇 번이나 해줬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음식은 정성이고 사랑입니다. 병이 나서 아플 때 엄마가 해준 음식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음식을 통해 아이와 사랑의 교류를 나누는 것입니다”
“사랑이 부족한 아이는 단 것을 찾게 되고 단 것을 많이 먹는 아이는 마음이 고갈되어 난폭해집니다. 꼭 직장에 나가야 하지 않으면 집에서 아이를 키우십시오, 돈이 있어야 아이를 잘 키운다는 생각은 너무나 잘못된 것입니다. 돈 버는 시간을 줄이고 한끼라도 더 밥을 해주면서 돈보다 사랑을 주는 부모가 되십시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때우도록 하는 나를 보고도 사람들은 “그래도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추켜세우니, 많은 엄마들이 식탁을 너무 무성의하게 차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남들은 적당히 사먹기도 하고 대충 넘어가는데 바쁘게 일하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밥을 하느냐”고. 그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쁜 아내가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있지만,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라고.
선재스님의 말처럼 어머니의 음식은 사랑이다. 인간에게 있어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가. 음식이 몸을 만들고 나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 먹이는 음식이 나의 자녀를 만든다. 엄마 밥이 맛있다고 할 때 한 끼라도 더 지어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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