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처럼 절망적인 말이 또 있을까. 우리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이 말은 작금의 세태를 방증하는 것이어서 더욱 암울하다. 결국 이 세상에서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고독하고 두려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서로 믿지 못하면서 함께 산다면 그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삶의 기초이기에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인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를 의심한다면 그 가정은 곧 깨지고 말 것이다. 의처증(疑妻症)이나 의부증(疑夫症)을 가진 부부처럼 불행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아내가 남편을 의심하고, 남편이 아내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나 의심하며 감시한다면 그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신뢰를 상실한 부부는 결국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외도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의 허락없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관계를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남편이나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면 대개 배신감과 분노로 거의 이성을 잃게 된다. 부부로 모든 것을 믿고 사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 믿음이 흔들리면서 극도의 배신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표현할 수 없이 괴롭지만 누구에게 말하기도 창피해 혼자 삭히려고만 하다 불면증이나 화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한 자괴감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가 성이 개방되면서 수 없는 가정이 파탄에 이르고 작년 한해 동안 12만쌍이 이혼(미국, 영국 다음이며 아시아 국가중 1위)을 하는 등 극심한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가정의 윤리나 도덕이 설곳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절제나 인내 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진지 오래다.
이곳, 우리가 사는 아틀란타 한인사회도 이런 문제를 비켜갈 수는 없는 듯 하다. 얼마전 정부의 집에서 사망한 박 모씨를 비롯, 상당한 숫자의 한인들이 부정을 저질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더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영어의 몸이 됐는가 하면 살인자의 오명을 쓴 사례도 있다.
평온한 가정을 한 순간에 깨뜨린 부부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자녀들에게까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는 절제하지 못하는 데서 유발된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 그 폐해를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자제하지 못한다면 이는 이미 인간의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정열적인 사랑의 수명은 6개월에서 길어야 2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삶의 목표를 쾌락을 추구하는 데 두지 않고 행복에 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쾌락이 순간적이고 부분적인 즐거움이라면 행복이란 여러 가지 즐거움을 균형있게 느끼고 그런 느낌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게 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 자신을 절제하고 허탄한 곳에 마음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외도라는 그림자가 없는 건강한 삶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외도를 하지 않으면서 부부끼리 연애를 계속하는 듯한 행복한 기분으로 평생 살고 싶은 사람들은 ‘부부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된다. ‘자식농사’라는 말은 자식을 잘 키우려면 농사 짓듯이 정성껏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부부농사도 마찬가지로 부부가 행복하게 지내려면 부부생활을 방해하는 성적 편견을 없애고, 자기 자신의 중심에 뿌리를 내리고, 항상 지금까지의 부부생활을 반성하며 좀더 나은 부부생활을 이성적으로 계획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제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했나 봐요"
한 때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던 패기만만한 타운의 모 인사가 거의 폐인이 되어 넉두리 하듯 뱉은 말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해 전화도 못한다는 그는 단지 피해자일뿐이지만 현실은 그의 모든 것을 짓밟아 버리고 말았다. 외도가 한 단란한 가정을 무참히 파괴해 버린 것이다. 아직도 단란했던 때를 그리며 사람에 대한 기대를 끊지 못하고 죽도록 힘들어 하는 그를 보면서 외도가 살인 이상으로 무서운 범죄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부부가 서로를 배신하고 신뢰를 저버리는 것, 이것은 곧 정신적 사회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