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쿠르드족이 나를 산언덕으로 데려가 경찰서를 보여줬다. 자기가 그 지하실로 끌려가 전기 고문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쿠르드족들은 이라크전이 벌어지면 80년대와 90년대 터키 내 쿠르드족들에 자행됐던 야만적 행위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가 쿠르드족을 배신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은 터키를 어떻게 해서든지 이라크전에 끌어들이기 위해 수만 명의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거주 지역에 진주하는 것도 허용하려 하고 있다.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의 저항을 분쇄한 후 유전을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 내 쿠르드족을 무장 해제하려 하고 있다.
터키의 평화로운 이라크 내 쿠르드족 거주 지역 침공을 허용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일뿐 아니라 쿠르드와 터키간의 유혈충돌을 불러올 것이다. "터키 정부는 사담보다 쿠르드족에게 더 못된 짓을 했다"는 것이 한 쿠르드족의 이야기다. 터키는 사담처럼 독개스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남편 보는 앞에서 아내를 강간하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공개 처형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터키는 또 사담만큼도 쿠르드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이들은 밝혔다.
부시가 이라크전을 결심한 이유 중의 하나는 사담의 만행에 분노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라크인을 생각해 전쟁을 하는 것이라면 쿠르드족이 터키군에 의해 학살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터키 같이 인권문제 개선에 열심이고 유럽 연합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 나라가 유독 쿠르드족에 대해서는 그토록 가혹할 수 있는가. 이는 제1차 대전 이후 서방이 터키를 분할하려 했던 악몽에 기인한다.
부시는 사담이 쿠르드족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서방은 터키의 만행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리고 있다. 터키와 쿠르드 게릴라와의 전투로 3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터키는 또 50만명의 쿠르드족을 강제로 이주시켰으며 몰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총살했다.
터키 동남부는 아직도 경찰국가 분위기다. 나는 이웃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폭행 당하고 개솔린을 부은 후 불을 질러 화상을 입은 사람(그래도 살아났다)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 마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 가족들은 경찰의 보복이 무서워 나를 돌려보내고 말았다. 압두라힘 굴러라고 자기 이름을 밝힌 한 쿠르드족은 터키군이 자기를 성고문하려 한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터키 탱크가 다시 쿠르드족을 짓밟으려 하고 있다. 우리가 다시 이들을 배신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속이 끓어오른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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