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기습 대비
열감지 장비로 경계현대전 사상 초유의 스피드로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던 미·영 연합군이 시속 50마일로 불어오는 사막의 모래바람에 묻혀 주춤했다. 전방 시야 100야드도 채 되지 않는 거센 모래바람이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격에 최대 방해요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모래바람은 25일 밤(현지시간)을 고비로 전쟁 7일째인 26일 아침부터 누그러지겠지만 습기를 동반한 폭염이 미군의 또 다른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번 모래바람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미군에게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어서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통 봄철이면 모래바람이 불어오지만 이번처럼 시커멓게 뒤덮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기상 관계자들은 밝혔다. AP 통신은 바그다드의 일부 주민들이 “외국인들로부터 바그다드를 지켜주려는 알라의 조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바람은 멀리 이집트와 리비아에서부터 불어와 많은 모래를 동반하고 있고 뒤이어 비까지 내려 일부 지역은 홍수까지 예상된다.
미육군 제3 보병사단 지휘부는 이날 낮 병사들에게 모래바람으로 인해 소속 부대와 장비를 찾지 못할 수 있다며 주의를 명령했다. 험비 지프차들은 6~7대씩 원형으로 배치돼 모래바람의 방벽을 만들었고 경계병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력은 장갑차나 험비 지프에 들어가 모래바람을 피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휘부는 이라크 저격병의 기습 총격을 막기 위해 경계 병력을 2배로 증원했다. 눈 보호용 가글을 착용한 경계병들은 열탐지기를 이용해 적병의 접근을 감시하고 있으며 아군의 오인 사격을 막기 위해 근접 경계를 서고 있다. 미군 경계병들은 열 감지기와 소음 감지기를 이용해 적군의 이동과 아군 및 적군을 식별하고 있지만 모래바람으로 인해 열 감지기로만 물체를 식별할 수 있어 자칫 아군간 오인 총격이 발생할 수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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