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운동 경기와 달라 이기고 있는 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이기고 있음을 알려주는 6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바그다드 점령 여부다. 이번 전쟁은 단순히 후세인 정권 무장 해제가 목적이 아니다. 제대로 된 책임 있는 정부 수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정부만이 이라크 정국을 안정시키고 다시는 후세인 같은 인물이 정권을 잡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도를 점령하지 않고는 이런 일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
둘째, 사담을 죽이거나 축출했는가. 부시는 이 전쟁이 한 사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이 자를 12년 동안이나 잡으려 했다. 후세인이 살아 있는 한 이라크 인들은 결코 진심을 털어놓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이라크 인들은 30년 동안 철권 통치를 해 온 독재자가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기까지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셋째, 이라크 군의 저항이 왜 예상외로 강한가 하는 점이다. 사담 독재의 덕을 본 공화국 수비대가 자신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것일까. 아니면 사담이 무너지면 다수인 시아파가 집권할 것을 두려워하는 수니파 회교도들이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사담을 미워하는 이라크 인들도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증오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향후 이라크 재건에 매우 중요하다. 아랍인들이 독재자와 외국군대를 함께 미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넷째, 이라크 영토 보전에 관한 문제다. 영토를 온전히 보전하지 않고는 이라크를 재건할 수 없다. 쿠르드족과 터키는 모두 이라크 북부를 뜯어먹고 싶어한다. 부시 행정부는 이를 받아 들일 수 없음을 양측에 분명히 해야 한다.
다섯째, 리버럴한 이라크 민족주의 정권 수립을 돕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벌써 “망명객 중 누가 차기 지도자가 될까”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런던이나 워싱턴에서 살던 사람보다는 사담 치하 이라크에 살던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부시가 차기 지도자를 임명하려 한다면 그는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다.
여섯째, 전후 이라크 정부가 과연 주변 아랍이나 회교권으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차기 정부의 지속성이나 주변국에 미칠 자유화 바람이란 측면에서 중요하다. 유엔의 승인이 없는 상태에서 세워진 정부가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이 “과정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미국이 개입해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는 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전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진 것이 된다.
토마스 프리드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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