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답답한 일이 있을까. 조금만 앞뒤 재 보면 알 일인데 도대체 막무가내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고 있는 본국 시민단체들의 행동은 한마디로 슬기롭지 못하다.
인권도 좋고, 평화도 좋다. 하지만 전후 가리지 않는 그들의 고집은 차라리 ‘벽’이다.
더구나 파병을 찬성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하고, 군의 ‘명령 불복종’까지 부추기는 행동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시민단체라지만 해서는 안될 행동규범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건전한 상식’이다. 이것을 무시한 채 어떤 언행도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또 다른 독단이다.
본국의 시민단체들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권력층에 대해 ‘바른 소리’를 적잖이 해왔다. 그것은 힘있는 자들의 압재에 휘둘려온 민중에게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이라크 파병 문제도 그렇다. 그들의 파병반대 주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부시정부가 벌이고 있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적음은 이미 세계가 아는 일이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연일 반전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마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인들도 속으로는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나라 정부가 이왕 시작한 전쟁이니 무조건적인 애국심에서 승리를 바라는 것이다.
정부라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왜 모르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또 그를 둘러싸고 있는 참모들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인가.
모르기는 해도 지금 파병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과 크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파병 방침을 결정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그것을 ‘전략적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쉽게 말하면 심정적으로 동조하지 않지만 국익차원에서 궁여지책이었다는 뜻이다.
그 국익은 북한과 관련된 한미간의 관계일 것이다. 지금 한미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 있다. 반미·반한 감정, 주한 미군철수, 북핵 등 민족의 장래를 좌우할 문제들이 폭발 일보전이다.
평화와 인권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민에게 이 문제는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
지금 파병반대측은 이것을 도외시하고 평화와 인권만을 따지고 있다.
사실 기자는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을 때 행여 노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의 성향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파병 결정 소식을 듣고 그가 이제야 균형감각을 찾아는 것 같아 적잖이 안도했다.
파병마저 그가 반대했다면 앞으로 한미관계가 예측불허의 상태로 갈 것은 자명하다. 그것은 곧 폭발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한국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축소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신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그의 결정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김수환추기경도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정부의 파병결정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의 지적은 당면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미국이 남한에 대한 고려없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라크파병 거부로 관계가 악화된 우리정부가 그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 때도 ‘전쟁반대’만 외칠 것인가. 전투병도 아니고 전후복구를 위한 공병과 의무병을 보내는 것인데 어떠냐 고는 하지 않겠다. 전쟁에 반대하는 소신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로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자신들의 생각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고집은 지나친 억지다. 더구나 ‘낙선운동’이나 ‘군 명령불복종 촉구’는 분명 위험수위를 훨씬 벗어난 것이다.
시민단체와 정부는 다르다.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주장에 윤리적 책임만 지면 되지만, 정부는 전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
노대통령은 파병을 결정한 이상 좀 더 소신 있게 이 문제에 대처하길 주문한다. 자칫하면 이번 일로 한국정부의 대외적 지도력과 신뢰가 바닥에 곤두박질 치게된다.
국익에는 여야가 따로일 수가 없다.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보여주고 있는 눈치작전은 너무 소신이 없다.
원론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야한다. 신속하고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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