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은퇴한 후 그저 미국으로 공부를 떠난 자식들이 돌아오지 않아 제가 아이들을 따라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일리노이주 올해의 교사상 커뮤니티 봉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기수씨가 시카고에 정착한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지만 김씨가 ‘포리스트 뷰 교육센터 산하 ESL 기관’에서 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맨 처음에는 학생으로 이곳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배운 지식을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봉사로 교사일을 시작하게 됐지요.” 김씨는 6년째 ESL 기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는 ESL 초급반의 보조교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와 런던대 물리학과에서 수학, 한국 원자력 발전소 창설 멤버라는 경력말고도 한국과학기술대와 과학 연구원, 순천향대 학장 등 오랫동안 교육기관에 몸담았던 김씨에겐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가르침이란 어쩌면 운명적인 과업인 듯하다.
“제가 맡은 학생의 대부분은 이곳으로 갓 정착한 외국인들이 대부분입니다. ABC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있지요. 그러나 학생들이 12주 과정의 초급교육을 거치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럴 땐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자신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탓에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마음의 자세를 결코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영어를 공부했으니 쓰는 것과 읽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맨 처음 이곳에 왔을 때 ‘How are you?’하는 간단한 인사말조차 입에서 나오지 않더군요. 외국어 공부가 완전히 잘못됐구나 하는 부분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따라서 김 씨는 “학생들에게 가급적 영어를 많이 사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라도 노력하고 배운 표현은 반드시 써 먹도록 강조한다”고 말했다.
“지난 6년간, 자원 봉사이긴 하지만 한번도 수업에 빠진 적이 없습니다. 전 열정을 다해 앞으로도 영어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김씨는 “영어 교육말고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며 인터뷰가 끝나자 신속히 교실로 돌아갔다.
박웅진 기자
jinworld@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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