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짝만하게 이웃들의 부음을 알리는 란에 이제는 눈길이 간다. 혈육과의 이별을 경험한 사람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지나칠 수 없으리라. 이별은 누구의 것이든 언제나 가슴에 물결이 인다.
낡은 자동차 엔진처럼 곧 멈출 것 같았던 아버지, 행여 돌아가시면 미국구경 한번 못 시켜드렸다고 후회 안할려는 이기적인 효심으로 49일 동안 함께 지냈었다. "웬 미국은 모든 것이 그리 크냐? 땅은 왜 이리 넓고 가도 가도 끝이 없네.", "아버지, 저 땅을 사셔서, 아버지 이름으로 등기하고 가세요." 여쭸더니 "물도 안나오는 쓸모 없는 땅 사서 뭐하느냐?" 광대한 그랜드 캐년 꼭대기에선 어지럽다고 그대로 누워버리셨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쥬빌리 쇼를 보며 힘좀 내시라고 어리광을 피워봐도, "아이고, 너무 피곤하다...", ‘정신이 육체를 감당 못하는 나이가 돼 버리셨구나.
한방에 기거하며 부모님과 죽음에 관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눠봤다. "젊었을 때는 죽음이 전혀 무섭지 않더니, 이제는 약간 무서운 생각이 드는구나..." 자식을 앞세우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 힘도 없단다. 나 어릴 땐 부모님이 없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적기에 잘 구경시켜 드리네요.", 진맥해주신 한의사 선생님 말처럼 수명은 정해져 있나보다. "잘 살고 있어서 좋다." 하시고 가신지 8개월 후 ‘조상들이 밤만 되면 자꾸만 나를 부르네...’ 하시더니 조용히 깨끗하게 남은 사람 고생 안 시키고, 곱디고운 베옷 입고 꽃신신고 가볍게 인연 털어 내고, 영원히 떠나가 버리셨다. "아, 나도 형님처럼 편안한 죽음을 닮고 싶구나... 작은아버지의 넋두리는 이별의 슬픔을 순간 걷어 갔단다.
오복이란 건강한 몸을 가짐이요. 부귀를 누리는 것이요. 덕으로서 일과 사람을 대하고, 장수하며,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죽음은 맞는 삶이란다. 하지만 도처에 사고의 함정이 있고 소소한 싸움과 전쟁이라는 거대한 집단 패싸움이 있는 너무 흥미로운 시대, 그 혼돈 속에 죽음만이 시커멓게 우리 앞에 확실하게 서있다. 누군들 다섯 가지 복으로 오만만발 하게 살고싶지 안겠는가만, 흰머리를 뽑길 포기하는 이즈음엔, 덕으로 남은 인생 꾸려가며 평화롭게 죽는 복만은 갖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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