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이라크전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세계 경제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라는 의외의 복병까지 겹치는 바람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시장은 붕괴 위기에 놓이는 등 세계 경제가 당초 기대했던 회복세는 커녕 경기후퇴 재진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괴질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등장해 향후 전망에 짙은 암운을 드리운 것이다.
이라크전의 경우 지난달의 개전으로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된데다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로 일부 경제전문가는 `전쟁 호재론’까지 내놓고 있으나 괴질은 이미 항공산업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고 특히 괴질의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 경제는 엄청난 파급 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계 경제·금융시장 파급 우려= 미국 월가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모건 스탠리증권의 스티븐 로치 수석 연구원은 2일 CNN금융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괴질이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추가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규정하고 이로 인해 올해 전세계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의 세계 경제에 대해 "단순히 이라크전과 괴질,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종전 이후와 괴질 치료제 발견 이전까지 만연될 여러가지 불균형까지 겹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UBS워버그증권도 이날 고객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서 괴질로 인해 아시아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충격이 예상된다며 당분간 방어적인 투자 자세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함으로써 전세계 금융시장의 `괴질 파동’을 예고했다.
◆아시아 경제 직접적 타격= 모건 스탠리 홍콩지점의 앤디 시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괴질 사태가 앞으로 2개월 이상 지속되면 아시아 경제가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 연구원은 "홍콩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지만 싱가포르와 대만도 안심할 입장이 아니다"고 우려하고 "지금까지 관광산업과 소비가 아시아 경제를 지탱해 왔으나 괴질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골드만 삭스증권도 이날 투자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금융 중심지인 홍콩을 중심으로 괴질 여파가 심각할 것이라며 홍콩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에서 1.7%로 낮추는 한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의 전망치도 일제히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 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이날 기고문에서 지난 1997-98년 금융 위기 당시 투자자들은 `독감에 걸린 아시아 경제’라고 비유했으나 이번에는 실제로 괴질이 경제를 갉아 먹는 상황을 지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특히 괴질 사태가 최악의 시점에서 발생했다고 말하고 아시아는 이라크전으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괴질이라는 악재까지 덮치는 이른바 `머피의 법칙’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저널(AWSJ)은 3일 괴질로 인해 아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기도 했다.
저널은 주요 투자은행들이 괴질 사태로 인해 올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며 한 증권사는 괴질이 이라크전보다 아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진단했다고 전했다.
◆기업 피해 현실화= 괴질 사태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가 실제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인텔은 이날 괴질로 인해 대만 타이베이(臺北)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이달 중순에 열려던 `인텔 기술자 포럼(IDF)’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온라인 매체인 CNN머니에 따르면 미국 비즈니스여행연합(BTC)이 최근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과 각종 단체 등 아시아 지역 출장이 잦은 180개 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27%인 49개가 이미 아시아 출장을 금지했다.
전세계 항공 및 여행업계는 9.11 테러 사태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라크전과 괴질의 타격이 잇따르면서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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