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언주의 세상보기
▶ 지식인들, 한인사회에 책임느껴야
한국사회가 독재정권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함석헌 선생은 “불의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결국 그 불의에 대한 공범자"라고 선언하면서 무력하고 겁많은 지식인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강한 것도 영원히 강한 것은 없고, 아무리 약한 것도 영원히 약한 것은 없다. 근시안적으로 보면 진리가 항상 패배하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진리가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방관자적인 지식인들의 사회 참여를 촉구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한인사회는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을 비웃고, 불의한 것이 정의를 대신하며, 양식없는 세력이 득세하는 기형적인 문화가 공고히 자리를 잡고 있다.
얼마전 소위 지식인이라 지칭되던 몇몇 인사가 지천명을 넘게 지켜오던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옳지 못한 이들과 결탁(?)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과 심한 상실을 맛 보았다. 그동안 그들을 통해서 한인사회의 미래를 꿈꿨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스스로에게 각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역사 이래로 얄팍한 지식인은 불의한 집단이 파워를 형성하면 그들과 영합, 기생해 왔다. 현실적인 이기(利己)로 지조나 자존심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의 모습이 우리 한인사회에는 없다. 우리 사회에 비판적 지식인의 모습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한 사고체계와 미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비젼의 제시가 없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삶의 정체에 대한 고민과 인문학적 가치에 기반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이기적 개인주의의 팽배 혹은 저속한 상업문화와의 결탁이라는 오명을 지식인 스스로가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지식인이라면 자기 일신의 안일보다는 공동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의 행복이 없다면 개인 역시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만약 개인이 홀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엄청난 불행을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다. 주위의 공동체, 나아가 사회 전체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이, 어떤 정치적·사회적 음모가 자행되어 결국은 자신을 억압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이율배반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조금만이라도 이기를 양보하고, 더 넓은 공동체로 눈을 돌려보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결코 개인의 안일과 멀리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이번 기회에 숙고해보자.
큰 희망을 갖고 있을 때 우리는 세상의 온갖 어려운 짐들을 짊어질 수 있게 된다. 우리를 절망하게 만드는 주장들은 설득력이 있고, 세상에 점점 깊이 참여하면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의와 맞서는 것은 두려운 일이며, 불의와 맞서는 사람들은 때때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희망을 가두어 버린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영달만을 바라면서 매우 수동적이고, 쉽게 절망하며 실제로 사회의 당면 과제들을 변화시키는 일에 ‘참여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행동하는 지성으로 모든 옳지 못한 집단에 저항하며 불의와 맞서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무의식적이고 보이지 않는 구조에 의해 행위가 결정되는 사회구조의 부당성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한인사회는 너무도 많은 비정상적인 것이 모든 부문에서 꽈리를 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비정상적인 것과 숨쉬며 자조하며 탄식하며 일상을 거듭해 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뎌지고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이런 아류 문화에 익숙해져 이제는 바르지 못한 것과 어깨동무 하고 지낸다는 표현도 지나친 비약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누구의 책임이 아닌 바로 ‘우리 개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평안과 출세와 명예를 위해 (불의한)파워집단과 영합하고 양지만을 추구하면서 끝없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얄팍한 지식인들은 일제 강점기에 친일하던 이들이 오늘날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 지 자신을 들여다 보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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