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한다. 못난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고 농촌을 지켜내듯이 말이다. 산은 잘난 나무를 믿지 않는다. 인간들이 그들을 내 버려 두지 않는 것은 태초부터의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집을 짖고 남은 나무는 화목으로 사용하여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음식을 익혀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무가 인간에게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 성장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나무는 갑자기 자라주지를 않으니까 그 수요공급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산을 지키는 못난 나무조차 다 잘려져서 결국 민둥산이라는게 생겨나고 말았다. 나무가 씨가 마른 산에 풀이 그 자리를 메우는 게 민둥산이다. 풀은 그 잎과 줄기가 대부분 일년생이기 때문에 그 뿌리가 깊지 못하여 산의 비탈을 잡아주지 못하고 비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나무의 근거지는 비탈이다. 비탈에 나무는 선다. 편편한 땅은 사람의 주거지와 농토가 되기 때문에 나무가 설자리를 마련하지 못한다.
우리의 조국 대한 민국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다. 정말 산이 많은 나라다. 산이 많으니 골짝도 따라서 많고 철마다 끊이지 않고 흐르는 시냇물은 개활지마다 비옥한 땅을 이루어 살기좋은 금수강산이 된 것이다. 사람이 난세를 만나 안정을 얻지 못하면 자연도 따라서 무너지는 모양이다. 일제의 혹독한 강점기를 거쳐 동족이 상잔하는 육이오 동란을 거치면서 마침내 못난 나무마저 산을 내놓고 잡초만 무성하더니 이제 다시 잡초를 밀어내고 나무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낙락장송은 아직 기대할 수 가 없지만 그동안 산이 받아온 치욕과 수모를 씻고 치부를 가리기에는 족한 모습이다. 화목의 시대가 지나가고 연탄의 시대를 거치면서 얻어낸 소득이다. 그러나 산림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여 잡목과 못난 나무가 대부분이라 청산의 푸른 산색보다는 갈색이 많이 끼인 엉거주춤한 색깔이다. 물빛도 녹수라기 보다는 갈수가 많다. 춘삼월이라 하지만 양력으로는 사월이 봄에 해당되는데 식목일을 국가공휴일로 정하고 민둥산을 민망해하고 청산을 이룩하고 말겠다는 그 기개는 과연 금수강산의 자손답다 할 것이다.
이제는 식목이 아니고 숲을 이루고자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나무를 키운다는 것은 다른 일과 달리 오랜 기간 동안 끈기 있게 가꾸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끈기와 인내와 보살핌의 인정이 많은 우리 민족성은 산림 국가의 나무정신에서 유래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풍성함을 값으로 계산 할 수가 없다. 산 새와 산 짐승이 먹이와 잠자리를 확보하고 서식하게 되며 목재와 약초와 산채는 물론 홍수해를 막아주는 것은 다 산림의 은덕이다. 특히나 인간의 심성을 정화시키는 공덕은 나무와 그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산만한 것이 없다. 나라의 동량들이 친일의 앞잡이가 되었던 것도 군수품으로 나무가 짤려 나갔던 때의 일이다. 또한 이 나라의 하고 많은 인재들이 이념갈등으로 등을 돌리고 국토분단의 민족적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도 다 민둥산이 있었던 시절의 일이다.
억압과 굶주림이 만연한 우리의 북쪽 산하가 지금 민둥산이라는 것은 가르치는 바가 크다. 못난 나무가 겨우 산을 지키는 대한민국도 소영웅주의자들과 출세주의자들의 소인배들이 판을 치는 아직은 무서운 세속이 다 이런 것이다. 아마도 숲이 빈약한 탓일는지도 모른다. 못난 나무들이 낙락장송이 되어 청산녹수가 되었을 때는 인심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숲이 허약하다보니 수도의 깊이와 분위기도 허약하기 짝이 없다. 산 속에는 수도인의 종적이 뜸해지고 모두 세속을 향한 하산의 행열에 서고 말았다.
동량도 산을 지키지 못했고 수도인도 산을 떠난 뒤의 세상은 아우성의 강산이 된 느낌이다. 어딜가도 젊고 유능한 인물타령이다. 젊음과 유능한 것은 원래 짝짓기가 되지 않는 개념이다. 젊음은 힘이기 때문에 생산과 관계가 많다. 아이를 생산하고 노동을 생산하는 것이 젊음의 몫이다. 힘과 생산은 혼돈을 낳고 넘쳐나고 폭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유능이라는 것이다. 나이들고 유능한 사람이 많아야 힘이 힘답게 쓰여 좋은 사회가 된다. 마치 못난 나무가 낙락장송이 되듯이 말이다. 사막마저도 언젠가는 숲이 되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열풍과 광란도 잠들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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