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이 그렇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승리의 열쇠는 기꺼이 항복하는 사람을 찾는 일이다. 지금껏 전쟁에 대한 논의는 현장 체험담이나 정확한 폭탄세례를 담은 비디오로 압도되고 있을 뿐, 진정으로 누가 미국에 항복을 했는지에 대한 토론은 없다.
이라크의 어떤 장군이나 엘리트가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전쟁 기간, 희생자 수, 평화 정착 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상대가 완전히 궤멸되는 경우는 전쟁사에서 흔치 않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라크의 누구와 마주앉아 종전 협상을 벌일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를 이끌 지도자로 부시행정부가 점찍은 아메드 찰라비 전 이라크 의회 의장은 1958년 이래 이라크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 담판을 벌일 상대가 아니다. 후세인이 항복하지 않으면 이라크 내에서 과연 한 개인이 미국과 평화협상을 벌일 수 있겠는가.
만일 미국이 이라크의 엘리트 그룹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이들을 모두 제거해야 할 것이다. 이는 지루한 시가전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행정관리들과 해외망명중인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이 이라크를 이끈다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미군이 오래동안 주둔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정복과 항복은 다르다. 연합군은 베를린에서는 정복작전, 도쿄에서는 항복작전을 각각 구사했다. 베를린은 완전히 초토화시켰고 일본은 원폭투하 이후 천황을 명목상의 지도자로 인정하면서 평화협상을 진행시켰다.
영국과 미국은 전후 이라크 재건문제를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중요한 행보이다. 하지만 과도정부를 수립하기 전에 현 정권 또는 다음 정권 책임자가 공식적인 항복을 선포해야만 평화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신뢰할만한 ‘제 3자’가 없는 현실도 평화협상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군사행동을 감행한 미국은 이미 유엔이 평화협상에 기여할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전장이 평화시기와 조건을 결정짓지는 않는다는 것을 되풀이해 배웠다. 미국의 군사력이 압도적이었던 코소보 전쟁에서도 미국은 협상테이블에 전쟁을 일으킨 세르비아측과 대좌했다.
누가 이라크를 이끌 것인가는 누가 미국에 항복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상당부분 연결돼 있다. 그리고 미국은 항복하려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번 전쟁이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라면 미국은 다음 정권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엘리자베스 스탠리-미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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