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활을 운영해 나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 있다면 의(衣), 식(食), 주(住) 이 셋일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먹으며 살고 있는 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배고픔을 채우기 위하여 허겁지겁 우리의 입안에 아무 것이나 집어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먹을 것-나는 이것을 일단 식량(食糧)이라고 말하고 싶다-에 초연해 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먹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추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한다. 결코 과식하지 않으며 알맞게 식량(食糧)을 먹고 살아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인데 우리는 몸에 살이 너무 쪘다하며 다이어트를 한다고 법석이고, 때로는 너무 몸이 말랐다하며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고, 몸에 힘이 부족하다고 정력을 증강시키는 것에 혈안이 되어 쫓아다니곤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새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우리가 꼭 먹어야 하는 것-나는 이것을 양식(糧食)이라고 부르고 싶다-이 있다. 우리가 겉보기에 충실하면서도 우리의 내적 배고픔, 영혼의 메마름에는 너무 등한시하진 않았는가 말이다. 이런 양식(糧食)을 과연 우리는 얼마나 몸에 비축하며 살아왔는지 자신을 되돌아보자. 한 두 시간의 지남으로 심하게 요동치는 뱃소리를 들으면서도 몇 년 혹은 몇십 년 동안 굶주림에 울부짖고 있는 우리 영혼의 외침은 듣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우리의 양식(糧食)을 축적하는 방법은 여럿이 있을 것인데 그 중에 나는 글을 통한 섭취를 말하고 싶다. 우리가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우리 영혼의 외침을 잊지 않기 위하여 또박또박 글을 써나가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책들을 읽고 그 속에서 알맹이를 찾아내어 그것이 내 것이 되도록 나의 양식(糧食)이 되도록 하여 이를 저축해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시가 될 수도 있고, 수필이 될 수도 있고,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시인 수필가 소설가가 어디 따로 있단 말인가, 우리 인생 그 지체가 곧 한편의 시요 한편의 수필이요 한편의 소설이기에 우리 모두가 시인이요 수필가요 소설가이다.
사실 우리는 어린 시절에는 영혼을 제법 배부르게 하여왔다. 책들도 많이 읽었었지만 하루하루의 삶을 조명해보는 일기를 많이 썼을 것이다. 거기에는 코흘리개 시절 냇가에서 물장구 치던 아이들의 웃음이 있고,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초등학교 교실이 담겨있고, 까까머리에 검정 교복의 소년의 모습도 있고, 첫사랑에 밤새우던 가슴앓이의 분홍빛 사연도 그려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른이 되고 난 뒤로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요즘 다시 글을 쓰면서 많은 허기를 느껴왔다. 단순한 손가락의 움직임이 아닌 나의 양식(糧食)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그럴 즈음 지난 3월 중순에 있었던 한국문인협회 샌프란시스코지부에서 개최한 제1회 문학아카데미-문예 창작교실-는 나의 영혼에 촉촉이 단비를 뿌려주었다. 그 동안 갈증에 메말라하던 나의 영혼에 배부른 식사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다시 내 영혼의 양식(糧食)창고 바닥 긁히는 소리는 피하지 않게 되었나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자문을 해 본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리고 또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 것이지만 나는 꼭 우리들의 양식(糧食)을 한번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 밤 어둠 속에서 배고픔에 지쳐 울부짖는 우리의 영혼을 위해 작은 일기장이라도 하나 꺼내어 책상에 앉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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