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람들은 매일 아침 신문을 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위기를 느끼는가. 공포인가. 연민인가, 아니면 경제회복을 기다리는가.
나는 전쟁을 실지로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릴 적부터 몸서리 날만큼 많이 듣고 느껴 보았다. 아침마다 신문 전면을 내달리는 전쟁이야기 헤드라인을 보며 6.25 동란 때도 여기 사는 미국인들은 무심코 지나치며 한반도 소식을 귓전으로 들었겠지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다르다. 우리가 당했던 그 끔찍한 운명을 지금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비장한 연민의 감정을 누군들 느끼지 않을 수 있으리.
그러나 나는 반전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갈 마음은 없다. 어떤 사람들처럼 죽음과 저주의 시대 운운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이런 행위는 지극히 안이하고 부정적이고 어찌 보면 위선적이기까지 한 소모적 행동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건설하는 창조적인 에너지는 이러한 감정적인 충동에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참된 됨됨이는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숨으려하고 어떤 이는 속임수를 쓰거나 닥치는대로 막갈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위기와 정면으로 맞닥뜨려 대응하며 전화위복을 할 수도 있음이리라. 전운과 불황의 먹구름이 우리들의 머리위로 시커멓게 드리우고 있는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일, 창조적인 일이 있을까? 있다고 본다. 크게 작게 여러 차원에서.
작게로는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위의 사람을 돌아본다. 한낱 가랑잎 같은 목숨으로 오늘을 누리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한다. 그리고 사랑과 우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새삼스레 애껴본다. 나의 조그만 행복에 감사하고 인명이 파리목숨 같은 중동의 어느 독재국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데에 감사한다. 누군지 모르는 이들에게도 미소와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인사한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많은 자영업자들은 어떤가. 지금은 다소간 시간의 여유가 있을 테니 이 기회를 잡아 평소에 하지 못하던 개선작업을 해봄직 하지 않을까 싶다. 첫째로는 환경의 청결 미화 작업이다. 사업장소와 주변을 말끔하고 산뜻하게 정리하고 새단장을 해본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일부 한인사업체에 유난히 빼곡하게 너덜너덜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지들은 없어도 좋을 것이다.
둘째로는 고객에 대한 친절과 봉사정신의 향상이다. 정성껏 인사하며 웃음과 미소로 서로를 즐겁게 하는 태도, 고객이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정직과 성실함으로 영업에 임하는 태도, 이것은 우리모두가 아낄 수 있는 win-win (너도나도 모두가 이긴다는 뜻)의 근본적인 생활철학이 아닌가.
셋째로는 사업을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의 주류 사회인들에게도 활짝 열어보는 것이다. 제한된 고객인구를 놓고 불황을 맞아 허덕이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사업장소를 주류사회의 상업지대인 다운타운으로 옮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건이 좋으면 단골 손님은 따라오기 마련이니 새로운 고객도 늘리고 한인타운을 노리는 범죄자들을 피한다는 부수익도 있을 것 같다. 그럴 조건이 안되면 사업명이나 간판을 기억하기 쉬운 간단한 이름의 영어로 바꾸면 어떨까. 주류 사회를 맞기 위해서는 위에 말한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선보이고 민족의 인심과 긍지를 내보인다는 마음으로...
좋은 한 예로 새크라멘토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식당인 ‘버드나무집’은 근래 들어 예전의 멋진 붓글씨체 한글 간판에 영어로 Willow Tree House 라고 덧붙였다. 미국인들도 알아보고 찾아올 수 있는 간판이 필요하다고 내가 몇달 동안 우긴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뿐만 아니라 ‘버드나무집’은 이 불황의 와중에도 정성껏 한국 토속문화의 멋을 살린 새단장을 하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곁들인 영어판 메뉴도 만들고, 한국고유의 맛이 철철 넘치는 산채정식을 한국인과 미국인들에게 소개하고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나는 이 용감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머지않아 멋지게 전화위복을 하리라 믿어마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 열린 아이의 피아노 연주회에 가 보았더니 이 전운의 억센 파도를 타고 넘는 사람들은 거기에도 있었다. "전장에 있는 우리 병사들의 무사한 귀환을 위하여" 라는 헌사에 뒤이어 아이들은 정말 하나같이 정성껏 연주를 했다. 리셉션에는 하얀 보를 씌운 테이블마다 노랑색 줄무늬의 깅검보가 드리워있고 곳곳에 진노랑 해바라기 꽃이 한아름씩 장식이 되어 있었다. 태양이 먹구름 뒤에서 나온 것 같았다. 미소가 담긴 무언의 아름다운 기도...
오는 주말엔 모처럼 옷감가게엘 한번 가 보아야지. 노랑색 무늬의 옷감은 모두 세일이라는 소문이 진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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