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이 없는데 미소를 짓기는 어렵다. 공포에 짓눌려 있는데 박수를 치기는 어렵다. 약탈꾼들이 학교 칠판까지 떼어 가는 치안 마비상태에서 “해방시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움 카스르에 가서 거기 병원에서 하루를 지내면서 내가 발견한 사실이다. 움 카스르는 연합군이 해방시킨 첫 마을이다. 그러나 그 후 20일 전쟁이 계속되면서 수돗물도, 보안도, 적절한 식량 공급도 없다. 내가 동행한 쿠웨이트 구호팀이 떠나는 길에 남은 식품을 버스 차창 밖으로 던지자 빵 조각을 향해 달려드는 비둘기 떼처럼 그 곳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그것은 치욕의 장면이지 해방의 장면이 아니다.
그 장면을 봄으로써 사담에 반대하는 시아파 지역에서조차 왜 아무도 미군에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구호 작전중인 미군들은 이라크인들이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 것만 고마워했다. 미국은 사담 정권의 구 질서를 파괴는 했지만 아직 그를 대체할 새 질서를 수립하지 못한 것이다. 그 진공상태가 약탈과 혼란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라크인들이 현 상황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저마다 사담 일당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옥에 갇힌 가족, 친척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담이 제거된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다. 미국은 일단 잘한 것이고 이제는 평화를 정착시켜야만 한다.
이라크는 너무 피폐해서 사담 한 사람 죽인다고 미국이 감사하다는 말을 들기는 어렵다. 사담의 질서 대신 보다 나은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때 비로소 감사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고 이제 이라크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라크를 정상화할 우선적 책임을 갖는다. 만약 식수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식량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혹은 비가 내리지 않거나, 태양이 빛나지 않으면 모든 건 이제 미국의 잘못이 된다.
얻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얻어서 어서 빨리 상황을 개선해야만 한다.
토마스 프리드만/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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