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귀화 ‘율라’
뽀모가에바 율라 알렉산드러브나.
이처럼 긴 이름의 ‘한국인’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늘씬한 몸매(179㎝ㆍ58㎏)와 조각 같은 이목구비가 눈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을 열면 술술 흘러 나오는 유창한 한국어 솜씨 때문에 또 한 번 놀란다.
러시아 출신 모델 율라(25). 한국인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순수’ 러시아 혈통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한국인.
더욱이 텃세가 심한 편인 한국에서 외국인 출신으로 당당하게‘성공시대’를 열어 젖히고 있다.
고향인 세인트 페트르스부르크(구 레닌그라드)에서 기술디자인대 1학년에 재학하면서 모델 활동을 하던 율라는 지난 1997년 입국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 후 패션쇼와 케이블 TV 쇼핑채널, 그리고 CF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엔 연기 분야에까지 영역을 넓히는 등 의욕이 대단하다. 숨가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율라의 한국 생활을 살짝 들춰 봤다.
# 외국인 출신으로 연예인 되기
180여 개 국가에서 온 68만 명 가량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금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인 유민처럼 아예 한국에서 출발해 스타가 된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눈물 겹고, 외국인이 국내에서 연예활동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특히 러시아 출신인 율라는‘향락업계 종사자가 아닐까’라는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 때문에 괴롭다. 국내 연예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 수준이 낮다는 점도 가끔씩 힘 빠지게 하는 일.
하지만 율라는 부모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우선 러시아 국적을 회복하려고 해도 돌아가서 5년을 살아야 된다는 점이 걸림돌.
그래서 한국에 완전히 뿌리를 내릴 생각이다. 외국에 나가 있을 때도 이제는 “늘 그리운 곳이 한국의 집”이란다.
# 나를 힘들게 하는 한국말
한국 생활 7년째이지만 아직 한국어에 100%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어려운 발음과 독특한 뉘앙스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자주 맞는다. 물론 일본인 탤런트 유민 보단 훨씬 나은 수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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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서점에서 “책이 다 나갔다”는 점원 말에 “어디 갔나? 도둑 맞았나?”라고 물었고, 신발 가게에서도 “(신발이) 다 떨어졌다”는 말에 “어디 떨어졌냐”며 살펴 봐 웃음을 사기도 했다.
또 이름이 14자나 되기 때문에 서류를 작성할 때면 늘 지적을 받는다. “이름 쓰는 난에 주소를 쓰면 안됩니다.”
한국식 성이 없어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직 개명할 생각은 없다.
# 새로운 도전, 시트콤
율라는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웃다가 찡그리기도 하고, 갑자기 큰 소리로 한국말을 하기도 한다.
지하철 안에서도 중얼거리며 뭔가에 집중한다. 주변 사람들이 ‘저 서양 여자, 머리가 이상한 것 아닌가’라며 의아한 시선을 보낼 정도.
최근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케이블 코미디 TV 시트콤 <호텔 와이킥킥>연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다. 그야말로 틈만 나면 대본 연습에 매달리고 있는 것.
대본을 받는 금요일 저녁부터 녹화에 들어가는 일요일 오전까지는 ‘불 난 호떡집’의 여자가 된다. <호텔 와이킥킥>에서 율라는 한국에 유학 온 러시아 여대생 역을 맡고 있다.
# 또순이 율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작년에 웹 디자인과 메이크업 코스를 마쳤다. 6∼7개월 동안 학원을 다닌 결과 이제는 수준급의 실력.
율라가 웹 디자인과 메이크업을 배운 것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한국에서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늙어서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연예 분야에서는 오락 프로그램 MC가 최종 목표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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