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pping House’는 어린이 동화책이자 그림책이다. 블라섬 벨리에 볼 일을 마치고 알마던에 사시는 어머니와 남동생의 집엘 잠시 들렸다.
다섯 명의 조카들이 기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과일을 먹으며 학습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지겹도록 풀어 보아왔던 수련장같이 생긴 문제집이었다.
"마미, The Napping House는 안 읽어 봤는데요"라고 조카 한 명이 올케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한 문제에서 4개의 답을 주면서 던진 답 하나가 The Napping House 라는 책이름이었던 것이다.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였으니까 감쪽같게도 어제 같은 얘기다. 딸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정성스러이 소개하신 분이다. 책 읽기를 끔찍이 좋아하고, 글도 제법 쓰는 딸은 자기의 그런 소질개발에는 그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선생님은 동화작가가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오는 예정일을 미리 알아 가지고 학부모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래서 몇몇 동화 작가들을 딸과 만날 수 있었고, 그런 연유로 The Napping House 의 저자인 Audrey Wood와 그림을 그린 Don Wood를 윌로 글랜의 작은 한 책방에서 만나고 온 적이 있었다.
물론 이 The Napping House에 그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던 기억도 어제 같다.
아리조나주에서 공부하기에 같이 살고 있지 않는 딸의 방을 오랜만에 열어 보았다. 열어보면 보고 싶을까, 여간해서 열어보지 않는 딸의 방이다.
어둡던 복도가 환하게 밝아졌다. 엄마 나 왔어요 하듯 아침해의 빛이 몽땅 방안에 모인 듯 했다. 어릴 적부터 모아 논 많은 동화책들. 딸아이에게는 너무 소중한 책들이라 어린 조카에게도 빌려주지도 물려주지도 않은 책들이다.
그림책도 있었고 동화책도 있었고 young adult의 책도 있었고 글씨체가 작은 소설책도 있었다. 마치 딸아이의 성장과정을 말해주는 듯 싶었다. 몇 권의 클래식 동화책도 보인다. 굳이 꼭 읽어야 한다고 내가 생각되어 사 준 책들이었지만, 나는 안다. 딸아이는 만지지도 않았던 것을. 이건 읽어봐야 해 하고는 읽어 주려면 듣기도 싫다는 표정을 지어 다음에는 누가 책 사주나 봐라하고 인상 긁던 클래식 동화책이었다. 그래, 맞았다. 그렇게 고집이 셌던 딸을 그때 알아봐야 했었다.
하얀 책상 위에는 먼지 쌓인 보석함이 보였다. 열어보니 내가 사준 목걸이, 귀걸이도 잘 정돈되어 있었고, 서랍 속엔 같이 간 여행지에서 딸 몰래 사 가지고 선물로 준 조개반지도 있었다. 그 조개반지를 두고 간 딸이 새삼 야속했고, 받고는 그리도 기뻐했던 모습이 떠오르자 눈물이 핑 돌았다. 눈을 들어 책꽂이를 보니, 하늘빛 커버의 The Napping House가 눈에 금세 띤다.
오늘은 ‘The Napping House’책으로 주인 없는 딸의 방문을 열어보는 용기를 갖았다. Audrey 와 Don Wood가 키타 치며 책을 노래하던 모습을, 옹기종기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넋이 나간 듯 바라보던 모습들. 그때는 어리고 작았던 딸아이의 손과 함께 잠시 옛날을 방문해 볼 기회가 있었다. 아니, 추억을 더듬을 수 있었다. 딸아이의 여리고 작아 내 손에 파묻히던 손의 감각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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