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쫓겨나는 것은 민주주의 지지자들에겐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구질서에서 신질서로 넘어가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과거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공산제국 붕괴에서 보듯 민주화는 금방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극단주의와 이념이 첨가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라크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라크는 지금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구 체제 붕괴로 국가 권력이 공백상태이다. 둘째, 독재자 이후의 세상에 대해 이라크 주민들의 기대는 상당하다. 셋째, 독재자에 대항하던 반독재 연대가 독재자 몰락이후 흐트러지면서 결속이 와해된다. 국가는 힘을 잃었고 국민의 기대는 하늘로 치솟으며 반독재에 한마음이던 각 세력들의 암투는 정국을 두가지 위험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구질서 부활’이다. 미국관리들과 이라크 국민들은 기존 체제에 어느 정도 연계가 있는 독재적 성향의 지도자들이 새 정권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유혹을 가질 수 있다. 또 하나의 해결책은 극단주의자들의 승리로 표현할 수 있다. 주민들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과격파들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구질서가 무너진 뒤 과도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자 탈레반이 권력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구질서 부활’과 ‘혁명’사이에 또 다른 길이 있다. 자유주의적이며 중도입장을 취하고 있는 민초들의 움직임은 위의 두 세력에 비해 금방 눈에 띄지 않으며 응집력도 약하다. 하지만 이라크 재건이 성공하려면 이들이 미국과 연합국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연합군의 성급한 철군은 도적들에게, 최악의 경우 오사마 빈 라덴 추종자들에게 권력을 양도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마이클 맥폴/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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