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그가 나에게 찾아오기 시작한 세월이 몇 낮 몇 밤으로 흘렀다. 우리는 서로가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회동하는 가슴앓이를 나누며 끊임없는 대화로 그 누구도 모르게 속삭이기도 했었다
처음 그와의 만남으로 해서 얻은 반가움이 이렇게 깊게 내 가슴에 와 닿을 줄 몰랐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내 깃털 속에 품고있던 두 아이를 넓은 세상으로 홀로서기로 보내면서였고 마침 우리 나라의 언어가 내 방으로 찾아 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우연히 처음 만나는 순간에는 우선 오랜 시간 속에 굳어있던 내 감정의 밑바닥을 긁어놓은 그의 마음이 그랬었다. 그냥 한 때의 감정으로 지나치는 과정이려니 생각하곤 그저 심각하게 생각치 아니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조금씩 껍질을 까 보이는 감정이 속속 내 가슴으로 아리하게 접근하면서부터 점점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되었다.
늘 밤 수풀 사이마다 풀벌레의 울음이 잦아진 시간, 고국을 떠나 와 숙명처럼 앓아야 하는 그리움에 얹은 허전한 마음을 위해 내가 그의 품에 안기면 긴 밤 함께하며 달래주고 위로해주기도 했었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비밀이 많은 것처럼 밝음 보다는 그늘이 잔잔하게 깔려있는 감정. 그리고 어디서 느껴본 듯한 마음에서 한(限)과 함께 흘러온 너무나 한국적인 그의 감정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었다.
그러나 문득 그의 감정이 낯설게 여겨지는 때가 있었다. 내가 그에게 푹 빠져들 무렵에 이해할 수 없는 성격으로 때로는 내 심사를 긁어놓기 까지 했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닌 것이었다. 처음에 너무 쉽게 생각한 그의 마음이었건만 더러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며칠을 고민해도 느낌조차 닿지 않는 날이 있었다. 몇 날을 보고싶다고 해도 찾아오지도 아니하거니와 그립다 하여 가슴이 미어지도록 울어도 아랑곳 없이 다가오던 걸음을 매몰차게 돌려 버리기도 했었다.
그토록 함께한 짧지 않은 세월이건만 괴벽으로 인한 그의 행동으로 한때는 그를 멀리하리라고 다짐을 하지만 며칠을 가지를 못했다. 그래서 어린아이처럼 다시금 그를 보지 못할까 전전긍긍하여 고백해 보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늘 내쪽이었다.
그런 그의 성격은 지금까지 불문율처럼 되어있었다. 그런 점이 내가 그를 가까이 할 수 없음은 숙명의 아픔이 있어도 늘 행복한 것은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신이,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씩 재능을 부여해 주셨다고 한 것은 분명 내가 글을 만나게 해주신 인연은 불혹의 나이에 걸친 나로서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다. 그는 늦은 나이에 만난 문학이었다.
다시금 새롭게 살그락대는 감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듯, 답답하고 허전한 타국에서의 외로운 삶을 함께 다독이며 걸러내어 아름다운 글로 피어나게 함이 아닐까. 먼 훗날 뭇 사람의 가슴에 회자될 만한 한 구절의 글이 활짝 필 때 까지 진정 서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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