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나는 산더미같이 쌓인 한 주일치 잡지와 신문을 한눈에 대충 훑어보았다. 아이의 봄방학을 틈타 한 주일 남짓 중 남서부의 네 주를 돌아 여행을 한 탓에 신문이고 뉴스고 일체 단절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 놀랐다.
한국신문에 적잖이 눈에 뜨이는 소위 말하는 ‘반전’이나 ‘반미’ 주제의 일부 칼럼과 독자의 글에 담긴 증오에 가까운 독설적인 표현들 때문이었다. 신문이야 의례 대중의 찬반의 언론을 담는 수레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만인의 인격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가. 전쟁이 신속히 결말이 나고 있는 전망인데다 시리아나 북한 등의 완화된 태도를 보고 그래도 헛되지만은 않았구나! 하며 많은 사람들이 실낱같이 가냘픈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자, 지지하자 하는 글들은 조심스레 논리를 펼치는 반면, 반대입장의 글들은 무차별 총질난사를 방불케 하는 모욕적이거나 극단적인 표현을 총동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위 평화를 주장하는 글들인데! 인류에의 사랑이나 평화에 대한 간절한 기원의 흔적은 없고 서슬 시퍼런 증오만이 오싹하게 느껴진다. 이를 보며 내 마음엔 분노의 감정보다는 일말의 안타까운 감정이 앞선다. 여기 고달픈 이민자의 여로에서 길을 잃고 행복과 평안을 찾지 못하고 고달피 헤메이며 한이 맺힌 영혼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은 어떤 사연으로 이 먼 타국에 흘러와 저렇게 한이 맺혔을까 하고...
우리는 사실 모두 평화주의자이다. 이 세상에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가 태평성세 평화를 갈구하지 않는가. 우리가 기원하는 것은 모두 같은 것이련만 삶과 위기와 극복과 불가피한 현실을 대하는 시각만 다를 뿐이다. 이 작고도 큰 차이 때문에 뭉쳐도 모자랄 이 시점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리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미국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할 때마다 나는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것은 이 대륙의 거대함과 신비하리만큼 장엄한 아름다움이다. 사시사철의 기후가 동존하고, 북극의 오로라가 있는 알래스카가 있고, 만년 쌍무지개가 피는 나이아가라 폭포, 한 번 보면 평생 잊을 수 없는 늘 푸른 그랜드 티톤 산맥, 태고의 신비가 아직도 티없이 자줏빛 신비의 베일속에 싸여있는 그랜드 캐년, 세계 각곳의 내노라는 사나이들이 옛날 카우보이 시절을 그리며 찾아가선 할 말을 잊는 초대형 사암 탑의 절경 모뉴먼트 밸리 등등 평생을 두고도 제대로 다 보기 어려운 대자연의 기적이 총망라한 은총받은 대륙...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개방된, 활짝 핀 해바라기와 같은 인간성이 있다. 이런 나라에 살면서 이 대륙에 대해 절로 우러나오는 사랑을 느끼기는커녕 증오를 퍼붓는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우리는 여로에 가는 곳마다 지역사람들과 여행자들과 소담을 했는데 그들의 소탈한 쾌활함과 특히 전쟁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하면서도 현상황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태도는 놀라왔다. 모두 한결같이 전쟁없이 해결할 수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한시바삐 잘 해결돼야지요, 우리 젊은이들이 빨리 돌아와야지요 하는 것이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그렇게 반전시위가 요란했건만 이제 막을 수 없는 봇물이 되고 나니 이들은 일제히 병사들의 무사귀환을 조용히 기원한다. 불빛 찬란한 도시에서, 인적 드문 외진 시골길에서 조용히 나부끼고 있는 성조기의 행렬을 보며, 곳곳에 높은 기둥이나 나무에 매달린 커다란 수제 노란 리본들을 보며, 나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의 말없는 고충을 느꼈다. 참으로 감동적이기도 했다.
지금은 조용히 노란 리본을 집 앞 느티나무에 백양목에 우체통에 매달을 때다. 우리의 말과 마음을 다듬으며 서로를 인내하고 화해할 때다. 무너진 담을 고치고 금이 간 토대를 개축할 때 - 불행한 이웃을 도우며 고통을 하나씩 지울 때이다. 이제는 우리 주위의 크고 작은 위기에 눈을 돌려야 한다. 경기침체로 이년간이나 계속되는 주정부의 재정위기로 어린이들의 학교가 속속 문을 닫고 있고 실업 실직난이 악화되고 있지 않은가. 힘과 지혜를 모아 손잡고 더불어 일할 때이다. 희망과 신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때다. 이 고된 시절은 조만간 지나갈 것이며 우리는 극복해낼 것이다!
불만과 회의가 마음속에 차 오를 때면 이런 구절을 되뇌어보자. "당신이 하는 말을 조심하라. 습관이 될 것이다. 당신의 습관을 조심하라. 그것은 당신의 운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낙천적인 사람이 좋고 그를 본받아 나의 삶과 내 조그만 삶무리에 낙관주의를 펴보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사랑과 화목을 노래한다. 나와 우리 모두의 삶과 우리 자손들의 미래가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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