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도 녹아버린 ‘감사의 마음’
금속이라는 소재가 주는 느낌은 차갑다. 하지만 김은지(28)씨에게 있어 은을 비롯한 금속은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몸이 남달리 뜨거워서가 아니다. 장신구를 만들기 위해 인두를 들고 은을 녹여냈던 수많은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있어 은은 따뜻하게 기억되는 것이다.
백의천사를 꿈꿔 간호학과에 입학한 그녀에게 늦바람이 불었다. 학과 공부 따라가기도 바쁜 와중에 왜 자꾸 미술대학 클래스를 듣고 싶은 건지.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오물딱조물딱 만들기 좋아하고 손재주도 있었던 그녀는 뒤늦게서야 자신의 감성을 표현할 매체로 금속을 선택하게 된다.
불을 가하면 그 단단하던 소재들이 물처럼 녹아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것이 그녀의 눈에는 마법처럼 신비해 보였다. 용광로에 넣어 벌겋게 달은 쇠를 내려쳐 낫이며 쟁기를 만들어 내는 대장장이들의 가슴 뿌듯함도 그녀는 제 마음인 양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1999년에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현재 어머니의 사업을 도와드리느라 바쁜 나날이지만 틈 나는 대로 주말마다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액세서리는 그녀가 즐겨 만드는 품목. 사이즈가 작아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톱으로 자르고 페이퍼로 갈고 드릴로 구멍을 뚫고 인두를 들어 땜질을 하는 과정이 배라도 한 척 만드는 것처럼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항상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지 맘먹고 시작하지만 다 만든 후에는 작품에 들어간 시간과 공이 너무 커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다. 작은 사이즈의 귀걸이를 만들어 선물하면 그 독특한 디자인, 그리고 그녀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에 친구들은 참 많이 감격스러워 한다.
그녀는 원, 네모, 세모 등 기하학적 무늬들을 좋아한다. 조금은 추상적인 형태의 심플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는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캐주얼에 잘 어울린다. 나무와 꽃, 새 등 자연 역시 그녀가 변형해 모티브로 삼는 오브제.
관심이 있다 보니 영화를 봐도 그림을 봐도 여배우가 목에 걸고 나온 목걸이, 또 모델이 하고 있는 액세서리에 유난히 시선이 머문다.
그녀는 이 담에 여유가 된다면 자신만의 공방을 마련,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산다.
그녀가 경험한 신의 사랑과 축복을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이미지를 스케치하는 순간들이 있어 삶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내일 모레 어머니날, 예쁘게 낳아 잘 길러주신 어머니에게 드릴 목걸이를 만드는 그녀의 손길이 바쁘게 돌아간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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