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국의 유명 소설가와 차에 동승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화제가 자연적으로 미주 문단쪽으로 흘러갔다. 한국 작가들은 미주 문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질문에 그 소설가는 멀리 떨어진 미국에서 모국어를 잊지않고 작품을 쓴다는 것이 높이 살만하다는 말을 건냈다.
작가는 이 말 이외에 부연 설명이 없어 정확한 속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한국 문인들은 미주 문인들을 동급의 ‘기성 작가’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생계에 쫓기면서 틈틈이 글을 쓰는 대부분의 미주 작가들과 한국의 전업 작가들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을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또 한국 문인들은 국내뿐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고 작품도 널리 소개되어 있는 반면 미주문인들의 경우 한국내 독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아 평가받을 기회조차 쉽지않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지역 출신의 문인들이 미주내 한인들만 알아주는 작품을 발표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어로 쓰는 작품인만큼 한국내에서도 단단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싶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은 문인이면 공감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한국내 독자들과 문인들이 미주 한인 작가들을 보는 시각과 인지도가 미흡하지만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생활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최고의 순수문예지에 미주문인들의 작품이 특집으로 실리고, 우수한 미주문인들의 작품을 싣고 원고료를 주는 문예지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국소설가협회가 미주 작가들의 작품만으로 엮은 ‘승자게임’을 출판했는데, 한국 서점가에서 반응이 과히 나쁘지 않다고 한 문인은 전하고 있다. 작품의 소재가 미주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얘기라서 그런지 반응이 괜찮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주 문인들의 작품을 거의 거들떠 보지않았던 한국주류 문단과 독자들이 미주 문인들의 작품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졌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적인 작품 소재에 지친 한국 독자들이 소재가 신선한 미주문인들의 작품에 눈을 돌렸다고 확대 해석 할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계속되면 향후에 한국의 유명 출판사들로부터 서적 출판을 의뢰받을 정도로 주목받는 미주 문인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국 유명 작가, 평론가, 독자들이 미주 문인들의 작품을 놓고 토론하고 열띤 논쟁을 벌이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문태기 <특집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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