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현장속으로] 김영현 기자 EtN 보조 MC 출연
경상도 깡촌에서 상경해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는 것만해도 감지덕지인 기자에게 일대 사건이 터졌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하는 동요를 숱하게 부르기는 했지만 그게 현실이 될 줄이야.
기자가 도전한 분야는 바로 방송 출연. 하지만 재연 프로그램 연기자 또는 뮤직비디오 군중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케이블 연예 전문 TV EtN에서 무려 15분 동안 기자 이름이 걸린 코너(김영현 기자의 애널라이즈 디스)를 진행하게 됐다. 그것도 매주 금요일 고정으로 말이다.
물론 보조 MC(메인 MC는 황유선)에 불과하지만 기자도 시청자들의 집중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위치다.
첫 방송 날의 숨 가빴던 하루를 시간 순으로 돌이켜 본다.
▲ 당일 아침 : 체형(기자는 80㎏이 훌쩍 넘는 통통한 체구다)이 걱정됐다. 펑퍼짐한 얼굴형도 마음에 걸렸다. “화면에 얼굴이 다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놀리는 동료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경상도 사투리도 신경 쓰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상이 문제. 이 옷 저 옷 꺼내봐도 갑갑한 노릇. 어렵게 옷을 선택해서 나서는 기자의 뒤통수에 대고 아내가 한 마디. “오빠는 눈썹이 없으니까 화장할 때 꼭 그려달라고 해.”
▲ 4시 10분 : 오후 2시가 약속 시간. 하지만 길이 막히는 바람에 4시가 넘어서야 방송국에 도착했다. 곧바로 담당 작가와 아이템 상의를 시작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작가가 원래 준비한 아이템 4개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고 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남을 것 같다는 것. ‘4개도 힘든 데 5개라니….’ 다행히 추가할 아이템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 빼기로 했다.
▲ 4시 40분 : 질문지 옆에 간략하게 대답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준비한 자료를 짧은 시간에 몇 마디로 요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은 다가 오고 머리는 복잡해져 갔다.
▲ 5시 10분 : 화장을 시작했다. 분장사가 “피부가 너무 좋은 거 아녜요”라며 농담을 걸었지만 얼굴의 긴장을 풀기 어려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내의 말을 듣기나 한 듯 분장사는 기자의 눈썹 화장에 가장 집중했다.
▲ 5시 20분 :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다시 한 번 놀랐다. 선 채로 진행해야 했다. 종전에는 앉았는데 이번 개편부터는 서기로 했단다. 적나라하게(?) 공개될 뱃살이 걱정됐다. (다행히 2회부터는 앉아서 진행한다)
▲ 5시 45분 : 30분에 정규 방송이 시작했다. 45분께 기자가 투입됐다. MC의 도입 멘트 후 카메라가 기자를 비췄다. 갑자기 머리 속이 백지가 돼 버렸다. ‘안녕하세요. <생방송 연예 스테이션> 시청자 여러분’이라는 간단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1시간 보다 긴 1∼2초가 흘렀다. 다행히 MC가 도와줘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 첫 코너 : (기자를 찍는) 카메라의 빨간 불이 도통 보이지 않았다. 멘트를 하면서 동시에 카메라를 쫓기가 힘들었다. 대본이 따로 없어서 질문 옆에 써 놓은 단어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 실수가 없었던 점.
▲ 세 번째 코너 : 도중에 작가가 카메라 옆에서 ‘서세원 X’라고 쓰인 종이를 보여줬다. 4번째 코너로 준비한 아이템이 필요 없다는 말.
끝내고 무대를 내려오는 데 작가들이 “15분을 다 못 메우시겠다더니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났네요”라며 반겼다. 겨우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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