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기계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단순히 기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연료로 전락한다. 인간이 창조한, 그러나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시스템 매트릭스는 단순히 인간의 육체 에너지만을 빼앗지 않고 정신세계마저 지배하고 있다. 실제의 몸은 기계에게 에너지원으로 제공해 주는 대신 인간에겐 현실이라는 환상이 제공된다.
매트릭스 안의 인간은 자신이 매트릭스의 노예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환상 속에서 속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몇몇 깨달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주인공 니오는 컴퓨터를 통해 존재를 찾아가던 중 모피어스를 만나 자신이 기계를 위한 땔감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인간들을 위한 구세주 “The One”이 되어 매트릭스와 싸움을 벌이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단순히 영화로 보고 끝낼 수도 있지만 주는 메시지는 상당히 예리하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혹은 무심히 지나가던 중요한 것에 대한 상기 및 문제의 제기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의문이며 나의 존재에 대한 탐구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있는 것인가? 우린 매일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매트릭스 프로그램의 실행의 결과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영화가 주인공을 통해 인간을 매트릭스로부터 구원함으로써 이런 의문들을 일시에 무의미하게 만든다면 영화의 재미는 훨씬 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주인공조차도 매트릭스의 일부이며 또한 매트릭스를 더욱 완벽하게 하기 위해 이용되어 지도록 예견되어 졌음을 말함으로써 우리를 이 물음들 속에 머무르게 한다. 그리고 결국 이 물음을 풀 수 있는 것은 인간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유 의지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토록 삶과 종교에 대한 깊은 통찰뿐만 아니라 다소 무겁고 지루해 질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액션과 공상과학을 겸하여 사람들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는 것, 그리고 보는 이에게 많은 의문과 해석을 낳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재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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