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는 사람이 이사를 했다. 이사를 도와 주던 중 남편은 만화책을 발견했다. 어린이 만화책이었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 역사를 만화로 재미있게 쓴 소위 교육적인 만화책. 만화를 좋아하는 남편은 어린이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빌려와서 그 날 밤부터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읽었다. 내가 읽은 부분은 광해군에서 효종편. 노비였던 이기축은 아내 덕으로 인조반정에 가담해 출세하고 포악한 광해군과 간신배 이이첨은 인조반정 후 처형 당하는 등의 이야기이다.
내가 이 책을 보고 놀랐던 것은 책 곳곳에 숨어 있는 많은 이분법적 논리였다. 거지는 나쁜 것, 양반은 좋은 것, 광해군은 폭군, 등등. 이 세상에는 선과 악으로 구분되어 질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이 세상 만물은 고사하고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공감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것이, 혹은 모두가 동의하는 악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중세 영국의 정치가이며 인문주의자인 토마스 모어는 헨리 8세에게 직언을 함으로써 런던 탑에 갇히게 된다. 이때 그는 역사책을 집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탑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그 날 탑 아래 시장 통에서는 싸움이 일어났고 잠시 후 경찰이 와서 싸움이 무마되었는데, 일이 자신이 보았던 것과는 달리 해결됨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단 몇 십분 전의 일도 이렇게 왜곡될 수 있는데 역사를 사실대로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되어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보는 관점이나 시간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많이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그 아이의 시각은 한 곳으로 고정되어 질 수밖에 없다. 난 아이들에겐 결론을 말해주기 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얘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하늘이 파랗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임에는 옳고 그름도 없고 그러기에 시비를 따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재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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