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밸리의 한 주부는 요즘 딸과 전쟁 중이다. 16살의 딸이 도무지 음식을 먹으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살찔까봐 두렵다며 하루종일 과일 몇 조각만 입에 대니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와 안 먹겠다는 딸이 매일 갈등이다.
“수영복 입는 계절이 되면서 식사 거르는 정도가 더 심해졌어요. 이러다 영양실조에 걸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예요”
TV를 통해 “깡마른 여성이 이상형”이라는 메시지를 태어나면서부터 주입 받은 소녀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이어트가 선택이 아니라 강박관념 수준으로 자리잡는 것은 10대 소녀들에게 거의 통과의례. 지나친 다이어트로 영양실조에 걸려 시력이 저하되고, 생리가 끊기는 케이스들도 적지 않다.
한편 TV가 끊임없이 내보내는 또 다른 메시지는 “정크 푸드는 맛있다”는 것. TV를 틀었다 하면 기름지고, 달고, 칼로리 높은 각종 정크 푸드 광고들이 줄을 잇는다. TV가 주는 두 가지 메시지, ‘깡마른 체형’과 ‘정크 푸드’ 중 어느 것에도 초연하지 못해서 손은 정크 푸드로 향하고 마음은 다이어트로 향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비만을 거의 죄악시하는 분위기, 그런데도 계속 늘어 나는 비만 인구와 그로 인한 사망, 그리고 정크 푸드로 떼돈을 버는 식품업체·식당 체인들 -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놓칠 리 없는 흥미로운 구도이다. 잘만 하면 노다지가 될 수 있는 좋은 소송거리인데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가 문제이다.
흡연의 분명한 해악, 흡연자를 거의 범법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담배회사들의 엄청난 수익이 담배소송을 가능하게 했다면, 비만의 원흉인 정크푸드도 소송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 이들 변호사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20여명의 변호사와 영양학자들은 노스 이스턴 대학에서 세미나를 열고 담배 소송 경험 변호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들으면서 법정 공략법을 논의했다.
소송 움직임이 일자 식품업체들도 발빠른 자체 방어에 나섰다. 맥도널드가 지난가을 프렌치 프라이 튀김 기름을 식물성 식용유로 바꾸더니 최근에는 식물성 햄버거를 선전 중이다. 미국 최대의 식품업체인 크래프트 역시 “비만을 줄이는 데 일조 하겠다”며 이미지 쇄신 작업에 나섰다. 치즈 위즈, 릿즈 크래커등 대표적 제품들에 대해 염분, 포화 지방, 칼로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얼마전 담배가 만인의 공적이 되더니 이제는 음식이 눈총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지구 한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이 없어 굶어죽고, 이 땅에서는 음식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으니 불공평이 너무 심하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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