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님들의 밑그림 곡선의 정교함에 감동”
96년부터 LA카운티박물관서 근무, 99년 한국관 개장
소장자 평진스님 참석…21일~내년 1월11일까지 전시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으로 한국 불화와 도자기 특별전(본보 9일자 12면)을 기획한 LA카운티 뮤지엄(LACMA)의 키스 윌슨 수석 큐레이터(아시안 아트 및 한국, 중국 아트 담당)는 이 전시회에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이번 특별전은 다른 일반 불화 전시회와 달리 뮤지엄에서는 최초로 한국 불화 중에서도 초본화(밑그림)를 전시하기 때문이다.
이 초본화들은 평진 스님(장안사)의 소장품을 동국대학교에서 대여해 지난해 9월 한국에서 특별 전시회를 가진 것으로 한국 이외에 다른 곳에서 전시되기는 카운티 뮤지엄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전시회라고 윌슨 큐레이터는 밝혔다.
윌슨은 또 한국 스님들의 초본화에서 볼 수 있는 선과 디자인의 정교함, 뭉뚝한 ‘붓’이 아니라 ‘팬’으로 그린 것 같은 정확하고 가느다란 곡선은 자신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고 한다.
윌슨 큐레이터는 “일반적으로 미술에서 스케치는 구도가 흐트러지고 무질서한데 한국 불화의 초본화들은 잘 정돈되어 있어 스님 화가들의 미술에 대한 깊은 역량을 엿볼 수 있다”며 “이 초본화들은 스님들이 전시를 목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색감을 넣는 불화의 밑그림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들은 불도만 표현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한국 강점기가 끝난 시점인 1940년에 그려진 ‘감로초’(152×235cm)에는 전 세계인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급변하고 있는 그 당시의 사회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윌슨은 설명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초본화들은 또 일반적인 불화와 달리 사이즈가 크다. 1820년에 그려진 ‘아미타여래초’는 158×266cm, ‘현왕초’(1830년)는 208×150cm, ‘지장 보살초’는 195×102cm 등으로 전시되는 45점의 초본화 중에서 11점만이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고 나머지는 작가 미상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귀중한 불화 초본화뿐만 아니라 진기한 도자기들을 전시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도자기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도자기의 역사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 전시되는 50여점의 도자기들은 체스터 장 박사를 비롯, 개인들이 소장해 온 예술품들로 삼국시대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다양하고 진기한 것들이다. 이 전시회에 따른 리셉션은 20일 오후 7시에 열리며 초본화 소장자인 평진 스님이 참석할 예정이다.
키스 윌슨 큐레이터는 지난 96년부터 LA카운티 뮤지엄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해 왔으며, 한국관은 99년 개장됐다. 미국 내에서 진기한 한국 고예술품들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 중의 하나인 LA카운티 뮤지엄은 2001년 한국 고미술품 국제 컨퍼런스를 가졌으며, 2005년에는 한국 고예술품 유럽 박물관 순회 전시회를 가질 계획으로 있다. <문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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