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를 먹지 못하는 여자아이와의 데이트
1994년 겨울, 몇월인지 기억이 안남.
김밥을 먹으러 갔다. 어느 깁밥 전문점에, 눈이 내리던 어느 밤에,
머리를 털면서 그녀와 함께 들어섰다. 저녁때였지만 몇사람 없는
실내를 둘러 보고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메뉴판을 5초정도
보고는
전 소고기 김밥 먹을께요. 따뜻하네요 여기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면 내가 고를까요? (이번엔 5초도 안걸린다.) 참치 김밥 드세요.
그러지.
이 여자아이는 정말이지 결정을 잘내린다. 내맘에 쏙 든다. 그것만
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손가락도 길고 예쁘다.
특히 왼손이. 장국이 나오자 파를 건져내고 장국을 먹었다. 파는 맛을
내는데면 충분하다. 그녀는 내가 파를 건져 내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참, 나 있죠... 무우를 못 먹어요. 얘기 했나요?
응? 아니...
깁밥집에선 무우를 뺀 것으로 따로 시키는데...항상.
...
세상에 무우를 먹지 못한다니! 그렇게 불행하고도 말도 안되는 경우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결점은 있게 마련... 정말로
그녀는 단무지에 는 손도 대지 않는다. 난 썰어 놓은 깁밥에서 일일이
단무지를 빼 주었다. 빼낸 단무지들은 마치 총알 탄피처럼 쌓여 있다.
단무지와 깍두기는 내 앞에 배추 김치는 그녀 앞으로 밀어 놓았다.
나 깍두기는 먹는데...좀 줄래요? 멀거든요.
세상에, 깍두기는 무우가 아닌가?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워 졌다.
무우 먹지 않는댔잖아? 지금 뭔가 착각하는거 아니니?
그래요, 무 우 는 먹 지 않 죠. 하지만 깍두기는 무우가 아니 잖아요?
설마...
뭐가요? 그녀는 젓가락으로 깍두기를 집으며 되묻는다.
깍두기의 재료가 뭔지나 알고 하는 얘기야?
농담하는거에요?
...
당 근 이 잖 아 요.
맙소사, 그녀는 어떻게 된건지 무우와 당근을 혼돈하는 듯 했다.
그녀가 어렸을때, 동치미에 든 무우를 그녀의 어머니가 배라고 속여
먹인뒤 체한 뒤 무우는 절대 먹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빨간색인
깍두기는 당근인 줄 일고 20년 동안 먹어 온것이다. 말도 안돼.
그럴리가...
정말이야. 깍두기도 무우로 만든거야.
그녀는 김밥을 먹다 말고 울기 시작했고 나는 간신히 그녀를 달래어
바래다 주었다.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그날은 엄청 슬펐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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