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매·혜문 스님에게 들어본
흑인불교 포교 현황
신비·율동적 정서 티벳불교 선호하나
실생활과 밀착된 교회 못 벗어나
보광사 혜문 스님 ‘자비’몸소 실천
소셜워커 활약하며 지역 포교 앞장
미국내에서 불교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백인들 뿐 아니라 흑인 커뮤니티에서도 불교 신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불교인구는 350만명 선. 이중 2,000∼3,000명이 흑인 신자로 추산된다.
USC 불교관장 종매 스님은 사우스 LA 흑인 커뮤니티에 보광사 LA분원을 세우고 흑인들을 상대로 한국불교를 포교해온 선구자이며 거의 유일한 승려. 종매스님과 그가 불자로 만든 흑인 혜문스님을 만나 흑인 불교의 포교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종매스님이 흑인들을 상대로 포교에 나선 것은 지난 87년. 옷가지와 통조림, 양말 등을 홈리스들에게 나눠주며 포교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흑인들 대부분은 기독교 신자였고 불자라 하더라도 정통 불교가 아닌 일본 법화종 계통의 ‘남묘호랑개꾜’라 불리는 ‘NSA’ 신자가 대부분이었다. 종매스님에 따르면 미국의 흑인 불자들은 불교의 원융함과 평화주의에 끌려 불교사찰에 나가는데 특히 신비적인 것과 율동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 정서에 맞는 티벳 계통의 불교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흑인은 자신들의 생활과 밀착돼 있는 교회를 어떤 이유에서든지 떠날 수 없기 때문에 파트타임 또는 이중종교(Dual Religion)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보광사 LA분원의 법당 신중단 옆에 걸려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대형 사진은 흑인들의 정서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종매스님은 설명한다.
꾸준한 포교활동을 통해 그간 종매스님이 한국 불교에 귀의시킨 흑인은 대략 200여 명. 현재 보광사 LA분원 분원장을 맡고 있는 혜문 스님(본명 모세 엔슬리)이 그의 수제자 격이다.
종매스님을 만나 한국 불교에 심취한 혜문스님은 지난 89년 지리산 화엄사에서 행자생활을 하고 사미계를 받아 현재 보광사 LA분원장에 이르렀다.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부전공한 그는 자신의 집을 헌납해 사찰로 꾸밀 정도로 한국 불교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혜문스님은 지난 92년 4.29폭동 당시 흑인 지역신문에 ‘붙타의 자비’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어 노여움에 불타고 있는 흑인들에게 ‘자비’를 강조했다. 현재 그는 사우스 센트럴 LA지역에서 소셜워커로 활동하며 주로 고아들과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혜문스님은 “기독교에서는 갖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어 불교에 귀의하게 됐다”면서 “흑인 커뮤니티에 정통 불교의 본질을 알려나가고 불교에 궁금증을 가진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종매스님은 백인과 흑인 커뮤니티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서는 영어에 능숙한 승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혜문스님과 같은 미국인 승려가 미 주류사회 불교 포교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종매스님은 “흑인불자 대부분이 ‘파트타임’ 또는 ‘이중종교’ 신자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진정한 중생의 삶을 선도하고 아낌없이 베풀어야 그들이 다음 생의 언약을 스스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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