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7일, 일요일인 이 날 아침 8시가 되기 조금 전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던 하와이의 진주만이 일본의 전투기와 폭격기 181대의 기습을 받았다. 이것이 세계 2차대전에 미국이 참전하게 된 진주만 기습사건이다.
미국은 태평양 함대의 주력이 거의 무력해진 상태에서 일본과 전쟁을 시작했으나 차츰 태평양의 재해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미국은 미드웨이, 오키나와 등 유명한 해전을 거쳐 일본 본토를 위협했고 드디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미국인들은 기습사건을 당했던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교훈을 되뇌고 있으며 그 날에 가장 피해가 컸던 전함 애리조나호의 침몰현장이 역사적 교육현장이 되고 있다.
그로부터 꼭 60년이 지난 2001년 9월11일 미국은 또 한번 기습을 당했다. 이날 아침 4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한 알 카에다 조직의 자살 테러가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을 붕괴시켜 3,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오전 8시46분,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노스 타워에 비행기가 충돌한데 이어 9시3분, 사우스 타워에 충돌했다.
2개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서 핵폭탄이 투하된 것처럼 먼지구름이 솟았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나머지 5개 빌딩이 붕괴 또는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빌딩 23개가 피해를 당했다. 이어 오전 9시37분에는 항공기가 펜타곤을 들이받아 일부 파손시켰으며 다른 비행기 한 대는 워싱턴 쪽으로 가다가 펜실베니아의 들판에 추락했다.
이 테러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는 소방관 343명을 포함, 2,650명이 숨졌다. 펜타곤에서는 12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비행기 탑승자 265명도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테러 후유증으로 뉴욕의 경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졌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 건강이 매우 염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너무도 뜻하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슬픔과 미국이 테러에 무너진 경악과 분노는 우리의 뇌리에서 지워질 수 없을 것이다.
이제 9.11 테러사건 2주년을 맞으며 그 날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사람들은 한층 더 슬픔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인들은 또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것이 인간사인가. 미국의 본토가 테러범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혔던 그 날의 경악과 분노, 그리고 결의는 2년이 지난 지금에는 많이 퇴색된 듯하다.
우리는 미국이 당한 진주만 기습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되었던가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일본과 전쟁을 하여 일본의 항복을 받았다. 그리하여 일제 하에서 신음하던 한국 등 많은 지역을 해방했고 전후 세계의 중심국가로 떠오르게 되었다.
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전쟁은 세계 2차대전에 버금가는 운명을 건 전쟁이었다. 미국이 테러에 승리하여 번영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굴복하여 멸망하느냐 하는 판가름이 나는 전쟁이었다. 그래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전쟁의 수행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 동맹국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전쟁 목표인 빈 라덴과 오마르, 사담 후세인을 완전 제거하지 못했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관심도 사라져가고 이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세계 2차대전이 4년간 계속된 것에 비하면 2년밖에 안된 대 테러전쟁은 지금 수행과정 중일뿐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과거 어떤 전쟁보다도 오랜 기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미국은 테러 세력을 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의 국익과 동맹국의 국익이 부합하도록 동맹국들과 협력관계를 재정립하여 대 테러전쟁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면 미국은 또 한번 세계 중심국가, 즉 현대문명의 수호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9.11 2주년을 맞아 새삼스럽게 “9.11을 기억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기영 본보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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