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 스쿨을 앞두고 일주일간 휴가를 내어 몸바쳐 돈 바쳐 시간 바쳐 아이들의 개학 준비를 도와주었다.뉴저지 에디슨의 한 샤핑몰에서는 티셔츠, 팬츠, 자켓까지 사는 아이를 보며 ‘애비 에미 허리 부러지겠네’하면서도 ‘일년에 한번 마음껏 옷 사는 기간이니까’하고 풀어 놓아주다가 샤핑몰 안에서 여러 번 마주쳤는데도 계속 빈손으로 다니는 유대인 부자를 보았다.
턱수염을 무성하게 기른 아버지와 짧은 반바지에 가느다란 종아리를 드러낸 아들은 머리에 똑같이 동그란 유대인 모자, 키파를 쓰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아들에게 참으로 신중하게 샤핑 어드바이스를 하고있었다. 아무리 아이가 1년 새 커서 바지 길이가 짧아지고 운동화가 작아서 새것이 필요하다지만 양손에 주렁주렁 든 샤핑백이 빈손인 그들을 보니 좀 부끄러웠다.
개학 첫날인 8일에는 집 근처 스테이플스 문구 용품점에 갔다가 몰려든 군중들에 밀려 압사 당할 뻔했다. 이날 뉴욕시 공립학교가 일제히 개학하며 새 학기 수업에 필요한 ‘스쿨 서플라이’ 쪽지를 들고 초, 중, 고교생들이 매장 안에 인산인해를 이룬 것이다.
올해부터 각 학교마다 표준교과 과정을 채택하는 새 교육 시스템으로 새로운 준비물을 준비하느라 그런지, 왜 개학 첫날 필요한 학용품을 알려주는 지 모를 일이다.
새 학년마다 준비할 학용품은 폴더, 자, 펜, 콤파스 등등 비슷비슷할 건데. 방학중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미리 필요한 학용품을 사게 하면 문구점이 있는 도로의 차선이 완전히 정체되고 주차장이 꽉 꽉 막혀 버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우리는 보통 ‘유대인의 자녀교육’ 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유대인은 2세 교육에 민족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탈무드 뿐만 아니라 예절까지 철두철미하게 교육시킨다고 한다. 교육열에 있어서는 한인들도 유대인에 지지 않는다.
자녀교육을 위해서 이민 왔다는 사람이 상당수고 방과후 학교나 토요학원은 넘쳐난다. 좋은 학군이라면 이사를 마다하지 않으며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자녀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6월 졸업식마다 한인학생 수석 졸업 소식을 빈번하게 들려준다.
그런데 이 교육에 대한 지대한 관심만으로 뉴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한국인과 유대인은 미국 이민 동기부터 다르다. 한국인들은 100년 전 하와이 사탕수수 재배 농장의 계약 노동자들로 이민의 첫 발을 디뎠고 1965년 이민법 개정과 더불어 대거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유대인들은 1930년대 히틀러의 반 유대인 정책으로 인해 다투어 미국으로 탈출했다. 겨우 목숨만 살았을 뿐 빈 몸으로 온 그들은 식당 접시 닦기, 공장 노동자, 흑인촌 구멍가게에서 중노동을 하며 그야말로 이 땅이 유일한 길이었기에 미국에 충성했다. 무엇보다도 유대인 조직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산시켰으며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직장을 알선하고 이민 정착을 도와주었다. 청과상, 가발상 등 중노동의 이민 정착과정은 비슷하지만 한인이민 1세들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너무 많다. 그것이 미국에 정착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영주권을 받은 지 10년이 넘어도 아이들 다 키우면 한국 돌아가야지 하느라 시민권 신청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성장한 2세들은 미국에 살고 부모는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며 살게되니 힘과 더불어 재산도 둘로 나눠지게 된다. 아직 커뮤니티 센터도 없다. 또 모든 직종이 보다 상향된 직종을 위한 과도기 및 임시과정으로 여긴다. 가게를 하다가 좀더 규모가 큰 세탁소나 리커 스토어로 업종을 바꾼다.
우리가 미국에서 살아남아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면 세대가 바뀌며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가장 쉬운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절약 정신과 민족적 결속력, 남을 돕는 생활을 먼저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뉴저지의 그 유대인은 아이에게 운동화 하나만 사주지 않았을까? 생일에는 케익 하나로 끝내겠지 싶다.
민병임/뉴욕지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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