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두 번째로 브라질을 다녀왔습니다. 스위스가 출발지였던 99년과는 달리, 한국을 시발점으로 삼은 이번 여행은 브라질이 한국에서 얼마나 먼 곳인지를 절감케 해 주었습니다.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비행시간이 12시간, 그리고 그곳에서 목적지까지 다시 12시간이었습니다. 편도 비행시간만 24시간, 즉 만 하루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공항을 오가는 시간, 수속 및 대기하는 시간과 중간기착지에서의 숙박시간까지 합치니 브라질 왕복에 무려 나흘이나 소요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땅끝인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브라질이 땅끝으로 느껴진 것은 단순히 먼 거리로 인함만은 아니었습니다.
브라질 국적의 비행기 안에서 브라질 승무원이 나누어 준 입국 및 세관신고서는 모두, 브라질의 국어인 포르투갈어로만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저처럼 포르투갈어에 문외한인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해당 신고서를 겨우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불편은 한국과 브라질 사이의 머나 먼 거리를 또렷이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만약 한국정부가 외국 방문객들을 위해 만든 입국신고서에 한글 일색이라면?-이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상상하기조차 힘든 이 같은 경험이 브라질에서 처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모로코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스페인어와 아랍어의 입국양식으로 인해 곤혹을 치렀던 적이 있습니다.
자기 나라와 자기 언어, 다시 말해 자기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긍지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상실할 때, 그것은 한낱 자기교만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긍지와 교만이 어떤 경우에도 동일할 수 없는 것은, 긍지가 자기정립을 위한 필요조건인 반면, 교만이란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해치는 흉기에 불과한 까닭입니다.
이제 마지막 달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혹 자기긍지의 도가 지나쳐, 주위 사람들에게 해만 끼친 교만의 장본인이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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