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인타운은 나흘간 벌어진 한국의 날 축제로 시끌벅적했다. 윌셔부터 올림픽까지 매일 트래픽이 심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구경 나왔으니 커뮤니티가 커지는 만큼 해마다 관심도 더 높아가는 것 같다.
올해 장터는 그 어느 해보다 사람이 많았다. 개막한 첫날부터 발 디딜 틈도 없이 성황을 이루었는데 코리언 퍼레이드가 있었던 토요일엔 최고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렇게 복작거리니 축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지만 도무지 뭘 구경하거나 사먹기가 힘이 들었었던 것도 사실.
다닥다닥 붙은 부스가 근 200개. 너무 비좁아 운신하기도 힘든데다, 호객하는 사람, 음식 만드는 사람, 전단지 나눠주는 사람, 구경나온 사람, 어른, 아이, 한인, 타인종 할 것 없이 계속 밀려드는 바람에 모두들 사람에 의해 떠밀려 다니는 모습이었다.
음식 부스는 총 18개. 파는 음식은 예년과 크게 변함이 없었다. 사람들의 불평도 예년과 마찬가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떡볶이, 순대, 오뎅, 튀김, 김밥, 만두, 뭐든지 한 접시에 10달러니 천막 밑에서 일회용 접시에 담아주는 간이음식으로는 좀 지나치지 않은가.
이번 장터에서는 구운 옥수수, 메추라기 구이, 호떡, 하와이언 통닭 등이 최고 인기식품이었다.
특히 기계에 넣고 구워서 버터 소금을 발라주는 옥수수는 종일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는데 옥수수 한 개가 3달러, 이것 역시 좀 심한 편이라고 느껴진다. 업주(Mr. Corn, Inc)측 얘기로 하루에 1,200~1,500개를 판다니 4일간 수입이 최소 1만5,000달러나 되는 셈인가.
캐나다산 메추라기 구이는 토랜스 백삼위성당 신자들이 17년째 판을 벌이는 독특한 먹거리. 꼬치에 끼워 구운 손바닥 반만한 메추라기 세마리가 10달러다.
올해 처음 등장한 먹거리로는 꿀을 꼬아서 만드는 꿀타래, 돌소금을 쳐서 굽는 브라질 바비큐, 수족관에서 꺼내 즉석요리해주는 산 게와 랍스터 등이 있었다.
몇 년전만 해도 장터에 가면 이것저것 시켜놓고 모여 앉아 먹는 재미가 있었으나 올해는 그런 여유가 없어졌다. 음식부스마다 앉아서 먹는 자리를 아예 만들어놓지 않거나, 있어도 뒤쪽 경사진 땅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서, 의자에 앉으면 쏟아져 내릴 것처럼 불안하니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는 불평들이 있었다.
여러 불편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한번, 미국에서 한국사람끼리 신명나게 놀고 먹고 구경할 수 있는 장터는 우리만의 특별한 잔치 한마당이다. 내년 장터는 또 어떻게 변할 지, 한인 인구가 많아지고 비즈니스도 늘어나면서 점점 커져가는 한국의 날 축제가 30년 역사를 자랑할 만큼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해서 보다 깔끔하고 즐거운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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