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표는 아무래도 좀 떨어졌을 거야
부재자 투표할 때까지는 그런 얘기가 안 나와서 영향을 덜 받았을 것 같아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가 실시된 7일, 화제의 초점은 슈워제네거의 성추행 전력에 모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성추행 스캔들이 표에 미친 영향이다.
이번 소환선거가 ‘뜨거운’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투표율이 겨우 20%를 넘나드는 미지근한 선거로 점쳐졌었다.
그러던 선거가 유례 없이 뜨거운 관심을 모은 데는 슈워제네거의 공이 크다. ‘터미네이터’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열기를 불어넣더니 지난 주말 느닷없이 성추행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선거는 한편의 흥미진진한 TV 쇼 같은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캠페인 마지막 기간은 후보들이 가장 긴장하는 때이다. 선거 열기가 한창 달아오를 때,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잡아갈 때,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음해성 스캔들이 터져서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애써 모은 표를 하루아침에 날려버리는 흠집내기성 폭로는 대개 10월에 터져서 ‘10월의 기습’으로 불린다.
이번 소환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 하차한 애리애나 허핑턴도 ‘10월의 기습’의 아픔을 단단히 겪은 경험자이다. 1994년, 남편이었던 마이클 허핑턴이 연방상원 공화당 후보로 출마, 현직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을 맹공격하고 있을 때였다. 캘리포니아에서 반 이민정서가 특히 거세던 당시, 허핑턴은 불법이민에 대한 파인스타인의 온건입장을 물고늘어지면서 소위 분노한 백인 남성들의 표를 끌어 모았다.
대세는 허핑턴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선거 닷새 전 LA타임스가 특종을 터뜨리면서 판도가 뒤바뀌었다. 내용은 불법이민을 맹비난하던 허핑턴이 불법체류자를 보모로 5년이나 고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허핑턴은 하루아침에 ‘위선자’로 낙인찍히면서 추락했다. 당시 선거는 워낙 접전이어서 승자를 가리는 데 한달 이상이 걸렸다. ‘10월의 기습’만 없었다면 캘리포니아에서 상원의원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10월의 기습’에는 일단 걸리면 이길 방도가 없다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경험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0년 대선에서 고전한 것도 ‘10월의 기습’의 영향이 없지 않다. 1976년 부시가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 사실이 선거 5일 전 보도되면서 백인 기독교 보수진영 표가 상당수 떨어져 나갔었다.
성추행이라는 ‘10월의 기습’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 캘리포니아 정치사로 보면 이번에는 선거 자체가 ‘10월의 기습’이 되고도 남는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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