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3류 영화가 아니다. 바로 현실이다. 물에 물 탄 듯한 인기 없는 주지사 앞에 할리웃 액션 스타가 나타나 새크라멘토의 부패를 일소하겠다고 나서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당선자는 휘청거리는 경제, 티격태격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는 주의원들, 그리고 이해집단에 너무 빚이 많은, 그래서 이도 저도 못하는 주지사에 대한 유권자들의 좌절감을 기술적으로 건드렸다.
슈워제네거가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든지, 내놓은 공약들에 구체적인 게 없다든지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막판에 터진 성희롱 잡음도 결과에 영향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소환은 데이비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사람들 앞에서 거만하고, 정책에는 너무 조심스럽고, 기금 모금에만 전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론 조사를 보면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주의원들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 단지 그들은 손을 댈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방상원 선거 후보로 출연한 1972년 영화 ‘후보’에서 주인공은 선거일 밤 이런 유명한 말을 했다. 이젠 뭘 해야 하나?
많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오늘 아침 잠을 깨면서 아마도 새 주지사에 대한 놀람과 불확실성이 뒤섞여 비슷한 기분에 빠졌을 것이다. 슈워제네거가 유세중 한 말은 일반론들뿐이었다. 기업의 관심에 좀더 수용적인 주정부가 되겠다, 그래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등 이런 저런 말들을 했지만 구체적인 게 없다. 그냥 백지상태일 뿐이다.
캘리포니아 공화당으로 보면 슈워제네거의 당선은 축복이자 교훈이다. 그동안 주 공화당은 너무 보수쪽으로 기울어서 유권자들과 맞지가 않았다. 슈워제네거는 기존 상황을 공격함으로써 당선이 되었지만 그가 제대로 주지사가 되고 안 되고는 양당 주의원들과 얼마나 잘 함께 일을 해나가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30년 전 정치권 아웃사이더이자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이 어떻게 새크라멘토를 꾸려나갔는지를 보면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다시 한번 활기찬 2당 정치체제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면 이번 같은 역사적 소환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사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