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대형 사무용품 점에서 컴퓨터를 구입할 때였다. 크레딧 카드로 대금을 지불하려고 하는 데 판매원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컴퓨터가 결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판매원은 몇 번을 시도해본 후 주소, 전화번호 등 신상명세를 다 컴퓨터에 입력해야 카드를 쓸수 있다고 했다. 전에 없던 일이라 번거롭기도 하고 판매원도 짜증스러워 해서 수표로 대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상점을 나오려다 몇 가지 사무용품이 필요해 다시 지불대 앞에 섰다. 판매원에게 카드를 넘겨주니 같은 과정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컴퓨터가 요구하는 내용들을 다 입력하게 했다. 그런데도 통과가 되지 않았다. 카드회사로 전화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판매원이 툴툴거리며 전화를 걸어 나를 바꿔 주었다.
카드 회사 직원은 카드 주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들을 확인한 후 판매원을 바꿔 그의 이름까지 묻고 나서야 결제를 해주었다. 도둑 취급받은 것 같아 언짢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니 잠시 후 카드 회사에서 다시 확인전화가 왔다. 카드회사측은 “워낙 사기가 많아서 그렇다”며사과를 했다.
보도를 보나 주변의 경험담을 들으나 카드 사기가 점점 극성을 부리고 있다. 얼마 전 신문사의 한 동료는 카드회사에서 온 지불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40달러를 넘나드는 개스비가 며칠 간격으로 7번이나 연이어 지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평소 가지 않던 지역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카드회사에 즉시 보고를 해서 금전적 손해는 면했지만 기분은 찜찜했다.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사기범들의 손에 걸려들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크레딧 카드만 사기의 대상이 아니다. 현금인출 데빗 카드도 안전하지가 않다. 미국 은행협회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데빗 카드 사기로 인한 은행의 재정적 손실은 거의 5,100만 달러에 달했다.
데빗 카드는 비밀번호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사기가 가능할 까 한다면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첨단 테크놀로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금인출기 자판에 플래스틱 커버가 있으면 일단 조심하는 것이 좋다. 사기범들이 만든 특수 커버 안에는 마이크로 칩이 들어 있어서 자판에 두드려지는 모든 정보가 기록된다. 그런 가하면 카드 주입구에 얇은 특수막을 설치해 모든 카드의 정보를 빼내는 사기범들도 있다고 한다.
사기범들의 마수에 걸리지 않으려면 방법은 ‘조심’뿐이다. 영수증을 모두 챙기고 월별 지출 명세서와 꼼꼼히 대조해 수상한 항목을 즉시 보고하면 재정적 손해는 면할 수가 있다. ‘자나깨나 카드 조심’이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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