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에서 교통규칙 위반으로 티켓을 받은 한 한인이 교통위반자학교에 가서 황당한 일을 맞닥뜨렸다. 8시간 교육을 단 1분도 받지 않는 방법이 있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에 어리벙벙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어 학교에 간 이 한인에게 이 제의는 파격적이었다.
주방에서 쓰는 용품이라며 100달러를 내면 물건도 가져가고 8시간 교육도 이수한 것으로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한인은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해 돈과 ‘물건+수료증’을 교환했다고 한다. 100달러가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속수무책으로 8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위반자들에겐 ‘매혹적’이랄 수 있다.
이처럼 내놓고 하는 ‘엉터리 수업’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기본적인 눈치는 살피며 꾸려 가는 수업이 있다. 다른 한인은 수업시간 초반에 강사와 위반자들간에 전개된 짧은 ‘탐색전’을 잊지 못한다. 강의실에 5~6명 정도가 띄엄띄엄 앉아 있었고 곧 강사가 들어왔다. 이 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위반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쳐다보고는 무언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여러분 피곤하고 바쁘죠. 위반자들은 저마다 예를 합창했다. 그러자 강사는 그렇다면 편의를 봐서 수업을 단축해 드릴까요 하고 되물었다. 당연히 이 제안에 반기를 드는 위반자는 없었고, 8시간 수업은 1시간만에 끝났다. 그리고 강사의 간곡한 ‘함구령’이 뒤따랐다.
학교는 8시간 교육을 평일에는 이틀간 4시간씩 나누어 하고 토요일에는 오전 오후로 나눠 한다. 평일 교육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하는 게 통례지만 한 시간 정도 지각해도 별 탈 없고 하루 수업을 충실히 하면 다음날 수업이 생략되는 수도 있다고 한다.
위반자들에게 깐깐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는 학교측과 대충 교육시간 때우고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위반자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생긴 현상이지만, 아무리 ‘찰떡궁합’이라 해도 모두가 규정을 어겼으니 자랑할 만한 ‘관계’는 아니다.
물론 대다수 교통위반자학교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두 마리만 있어도 연못이 더러워지는 법이니 업계의 자체 정화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위반자들도 처음엔 꾀를 부리려 했다가 막상 수업을 다 듣고 나니 배운 게 많았다는 얘기를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LA카운티 셰리프국이 교통위반자학교의 비리를 함정단속 한다고 으름장을 놓아서가 아니다. 지킬 건 지키자는 취지에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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