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계가 올라왔다. 여진족이 북녘 변경을 어지럽힌다는 보고다. 여진족 토벌 계획서도 첨부됐다.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군사를 매복해 놓고 여진족을 유인해 들인 다음 사방에서 공격해 일거에 섬멸한다는 것이다.
병조판서는 가하다는 의견을 올린다. 임금은 그 계획을 윤허하려다가 한 총신의 의견을 물었다.
불가, 불가. 젊은 총신의 외침이다. 인(仁)을 숭상하는 조종으로서 취할 일이 못된다는 거다. 정정당당히 공격해야지, 적을 속여 유인한다니. 한마디로 소인배나 취할 작전이라는 말이다.
당당해 보이는 논리에 임금이 매료됐다. 작전 계획서에 비답을 내렸음은 물론이다. 그 상황에 백발의 병조판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 임금 앞에서 사모를 벗어 던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게 일갈(一喝)하면서. 제 아무리 공자(孔子) 같은 성현이라도 길쌈의 일은 촌중 아녀자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병사(兵事)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나라의 중신과 목숨을 걸고 평생을 전쟁터에서 지내온 장수에게 물어야 한다. 이런 일이 공허한 논쟁이나 일삼는 애송이 유생의 한마디 말에 폐하여 지다니 말이 되는가.
임금은 그렇지만 요지부동, 병사에서도 인(仁)을 설파한 소장파 총신의 말만 들었다는 것이다.
그 임금은 조선조 11대 왕 중종이다. 젊은 총신은 조광조다. 조광조가 한 때 중종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았었는지 알려주는 일화다.
그런데 웬 옛날 이야기냐고. 온통 들리느니 386 소리뿐 이어서다.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청와대를 점령하다시피 한 386에게 쏟아지는 비난이다.
이들과 본래 한줄기인 통합신당인가 하는 곳에서도 온통 386 성토뿐이다. 왜.
국정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다. 대통령이 그런데 애오라지 이들에게만 귀를 기울인다. 코드가 어쩌니 하면서. 그 결과가 현 정국이다. 총체적 위기란 말이다. 그래서 쏟아지는 비난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는 386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이념과잉형 언행에 홀딱 빠져든 대통령이 문제다. 성토의 타겟은 따라서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건 그렇고 이런 질타가 들리는 것 같다. 조선조 선비의 대표격인 인물이 조광조다. 그런 맑은 선비를 돈벼락에 정신 못 차리는 386과 비교하다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386을 그러면 어디에 비교해야 할까. 중국 후한 말의 10상시와. 너무 심한가. 그러면….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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